말레이시아항공 소속 여객기가 1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에서 미사일에 격추돼 승객과 승무원 298명 전원이 사망함에 따라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가 냉전 후 최악으로 치달을 조짐이다. 책임 소재가 밝혀지면 우크라이나 사태도 새로운 국면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은 민간 여객기가 격추돼 발생한 사망자 규모로는 역대 최대다. 그만큼 국제사회에 충격파를 안기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도 18일 긴급회의를 가진 뒤 성명을 통해 "사건 전반에 대한 철저하고 독립적인 국제조사"를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정부와 친(親)러시아 분리주의 반군 세력은 서로 미사일 발사 책임을 미루고 있으나 국제사회는 반군의 소행으로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떠나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로 가던 말레이시아항공 소속 보잉777 여객기(MH-17편)가 현지시간으로 오후 5시15분(한국시간 오후 11시15분) 고도 1만m 상공에서 관제탑과 교신이 끊긴 후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샤흐툐르스크 인근에 추락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미사일에 피격된 뒤 떨어진 것이라고 밝혔다. 승무원 15명을 포함한 탑승객 전원이 숨졌다. KLM네덜란드항공과 공동운항협정을 맺고 운항하던 여객기라 네덜란드인 사망자(173명)가 많았다.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친러 반군은 서로의 미사일에 여객기가 격추된 것이라며 책임 공방을 벌였다.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정부군은 이날 공중 목표물을 향해 어떤 공격도 하지 않았다"며 "이번 공격은 테러"라고 반군을 비판했다. 또 국제항공기구(ICAO) 등이 참여하는 국제 사고조사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반군 측은 "정부군이 여객기를 격추했다"고 반박했다. 반군이 여객기를 우크라이나 정부군 수송기로 오인해 격추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사건 몇 시간 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갖고 피격 사실을 알렸다고 이타르타스통신은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내각회의에서 "사고가 난 지역 국가(우크라이나)가 이 무서운 비극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성명을 내고 "우리는 모든 사실을 알고 있지는 않지만 이번 사건이 우크라이나 분리주의자들에 대한 러시아의 지원에 의해 촉발된 위기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가 친러 반군이 이번 추락과 관련이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우크라이나 정부도 분리주의 반군의 소행을 뒷받침하는 반군 대원과 러시아 정보장교 간 도청자료 2건을 공개했다.
손병호 기자,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hson@kmib.co.kr
美·러 관계 냉전 후 최악 조짐… 298명 탄 말레이機 미사일 피격, 탑승자 전원 사망
입력 2014-07-19 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