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 헬기 다이빙하듯 꽂혀… 기체 결함인 듯

입력 2014-07-19 02:42
국토교통부가 광주 도심에서 추락한 강원도소방본부 소속 소방헬기의 블랙박스를 회수해 분석에 들어간 가운데 사고 원인으로 기체 결함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헬기의 추락 상황, 조종사의 조종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기체 결함으로 조종불능 상태에 빠졌을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정윤식 청주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18일 “헬기가 추락한 각도로 볼 때 단순 고장이 아니라 기체결함일 가능성이 높다”며 “헬기가 조종 불능 상태였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당시 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운항에 큰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었고, 조종사가 베테랑인 데다 기장, 부기장 2인 조종시스템이었다는 점 등을 들어 기체 결함에 의한 사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최쌍용 구미대 항공기계공학과 교수도 “비상상황이 되면 헬기 머리 쪽을 들어서 착륙하는 것이 기본인데 헬기가 다이빙하듯 꽂히는 것을 보면 조종할 여력이 없는 상황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사고 헬기는 당초 신청한 높이의 10분 1 수준에서 비행하다가 추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군 1전투비행단에 따르면 사고 헬기는 7000피트(2134m)에서 운항하겠다고 관제탑에 신청해 이륙허가를 받았으나 사고 직전 700피트(213m) 높이에서 비행을 했다.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사고 헬기의 블랙박스를 회수해 분석 작업에 들어갔다. 블랙박스는 저고도 비행 이유 등 의문점과 사고 원인을 규명할 핵심 열쇠지만 완전 해독에는 6개월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강원도는 이번 사고로 순직한 소방관 5명의 장례를 강원도장으로 치르기로 하고 이날 오후 춘천 효장례식장에 분향소를 마련했다. 영결식 등 장례일정은 추후 유족들과 협의해 정할 예정이다.

순직한 안병국(38) 소방장은 15년 전인 1999년 6월 공군 중사로 복무할 때 구조훈련 도중 헬기 불시착 사고를 당했던 사실이 알려졌다. 당시 온몸에 2도 화상을 입고도 살아남았지만 이번에는 화를 피하지 못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춘천=서승진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