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쌀 관세화 이후 예상되는 문제 없지는 않으나

입력 2014-07-19 02:40
쌀 시장 개방 여부를 두고 20년간 미루고 고심해 온 정부가 마침내 ‘개방’이라는 답을 내놨다. 쌀 개방을 또 한번 미루는 대가로 의무수입 물량을 늘리는 것보다 차라리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고 문을 여는 게 낫다는 판단에서다. 사실 정부의 쌀 관세화 결정은 시간문제였다. 정부는 결론이 뻔한데도 관세화 유예 종료가 임박한 시점에야 내몰리듯 이를 결정함으로써 앞으로 세계무역기구(WTO)와의 관세율 협상에서 불리한 입지를 자초했다.

당장 농민단체를 중심으로 정부가 제대로 협상을 해보지도 않고 성급하게 관세화 결정을 내렸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그렇지만 쌀 관세화 반대론자들의 논리는 이미 설 땅을 잃었다. 우루과이라운드(UR)협정에 의한 관세화 유예 연장은 필리핀이 이를 추진하다 WTO에서 거부당했다. 쌀 관세화를 피할 유일한 대안인 웨이버(회원국 의무를 일시적으로 면제받는 조항)는 예외적 상황에 대한 긴급피난 성격이어서 이를 관철시키려면 의무수입물량 증가 등의 불이익을 피할 수 없다. 이제는 정부와 농민단체 모두 어떻게 가장 높은 수준의 관세율을 관철시킬 것인가에 힘을 모아야 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산 쌀 가격은 ㎏당 2189원으로 미국산 쌀 가격(791원)의 3배 정도였다. 관세율이 300% 정도면 미국산 쌀 가격과 국내산 쌀 가격이 비슷해지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나 농업계는 최소 400% 이상의 관세율이 책정돼야 시장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만 해도 한국에 쌀 관세율 200% 이하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쌀이 관세화되고 나면 자유무역협정(FTA),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도 관세율 추가 인하 요구가 거세질 터다. 현재 한국 정부는 FTA 협상에서 쌀을 아예 제외시키고 있지만, 앞으로는 이런 전략을 취하는 것이 쉽지 않다. 정부는 농가 보호를 위해 FTA나 TPP에서 쌀 관세율을 절대 건드리지 않겠다고 공언하고 있으나 낙관론만 펼 게 아니라 관세화 이후에도 쌀농사를 유지할 수 있는 대책과 희망을 국민에게 제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