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허수아비 장관’ 우려된다는 걸 청와대는 알까

입력 2014-07-19 02:30
박근혜정부 2기 내각이 18일 우여곡절 끝에 출범했다. 박 대통령은 신임 장관 등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는 자리에서 국가 혁신을 거듭 강조하면서 적폐를 완전히 뿌리 뽑도록 주문했다. 하지만 2기 내각 출발을 신선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별로 없다. 이런 분위기에서 과연 국가 혁신을 이뤄낼 수 있을지 의구심을 갖는 국민이 훨씬 많은 듯하다.

왜 이렇게 됐을까. 새 내각 인선에 무려 3개월이라는 시간을 끈 것은 국민을 피곤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새 총리감을 찾지 못해 물러나겠다는 총리를 주저앉히더니 마지막에는 후임도 없이 현직 장관을 면직시키는 드문 모습까지 보여줬다.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경우다. 이에 대해서는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을 불편하게 만드는 돌출 발언을 했다거나 실·국장이나 산하 기관장에 대한 장관 인사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없다는 불만을 자주 드러낸 게 영향을 미쳤다는 말들이 나온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장관 인사권이다. 청와대가 각 부처 실·국장과 기관장 인사를 틀어쥔 채 시간을 질질 끄는 바람에 부처 업무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데 대해서는 원성이 자자했다. 이 과정에서 부처 간부들이 장관은 안중에도 없고 청와대만 바라보는 웃지 못할 현상까지 나타났다는 것이다.

명색이 국무회의 구성원인 장관들이 스스로 ‘로봇’ 또는 ‘허수아비’라고 느낀다면 어떻게 “내각이 국가 혁신에 나서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이를 두고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책임 있는 역할을 했던 정치인은 “장관이 ‘똥값’이라는 말이 안 나오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취임 초 밝힌 대로 내각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행정 부처 간부들이 장관보다는 청와대 기류에 안테나를 맞추는 ‘비정상’을 정상화시켜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국가 혁신은 청와대 혁신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그건 바로 청와대가 과도한 권한을 내려놓는 일이다. 행정 부처가 책임감을 갖고 소신껏 일할 수 없다면 혁신은 기대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