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항기 격추 테러, 반드시 국제법정에 세워야

입력 2014-07-19 02:50
사상 최악의 민간여객기 격추 사고가 발생했다. 승객과 승무원 298명을 태우고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출발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로 향하던 말레이시아 항공 보잉777기가 1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에서 미사일에 격추돼 탑승자 전원이 사망했다. 결코 되풀이되지 말아야 할 비극이다.

이번 참사는 군사적 목적에서 비롯된 반인륜적 전쟁범죄다. 우크라이나 내분과 하등 관계없는 300명 가까운 민간인이, 그것도 외국인이 희생됐다는 점에서 그렇다. 국제사회가 한목소리로 분노하는 이유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사흘 전에 폐쇄한 도네츠크 동부지역 영공을 사고기가 진입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하더라도 이것이 비무장 민간여객기 격추를 정당화하는 근거는 될 수 없다. 우크라이나나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반군이 군용기와 민항기를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정보능력이 낙후됐다고 보기도 어렵다.

우리는 31년 전 똑같은 비극을 경험했다.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1983년 9월 1일 발생한 대한항공 007기 피격 사고다. 소련 전투기가 사할린 상공에서 발사한 미사일에 맞아 일어난 이 사고로 뉴욕을 출발, 앵커리지를 경유해 서울로 향하던 보잉747 여객기 탑승객 269명 전원이 숨졌다. 그렇기에 말레이시아와 네덜란드 등 관련국 국민들의 아픔과 슬픔을 헤아리기 어렵지 않다. 대한항공 사고는 만행의 주체가 확실히 드러났음에도 끝내 처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며칠 전 이스라엘군의 함포 사격으로 해변에서 놀던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이 숨졌다. 지구촌 곳곳에서 끊이지 않는 분쟁으로 무고한 민간인 희생자 수가 계속 늘고 있다. 그러나 이를 해결해야 할 국제사회는 무기력하기만 하다. 우크라이나와 반군 양측 모두 국제조사단의 현지조사를 위해 일시 휴전 의사를 밝혔다. 사고기 블랙박스가 회수됐고, 격추에 쓰인 미사일의 윤곽이 드러난 만큼 진상규명은 그리 어렵지 않아 보인다. 이번엔 달라야 한다. 관련자를 색출해 국제재판소 심판대에 세워야 한다. 그래야 인류사회에 정의가 서고, 국제질서가 바로 잡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