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EU “러시아 핵심 기업 제재”

입력 2014-07-18 03:07
미국이 러시아의 핵심 에너지 기업과 금융기관, 군수기업을 대상으로 추가 제재를 결정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반군세력을 계속 지원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유럽연합(EU)도 처음으로 러시아 기업 제재에 나서기로 했다. 이에 러시아가 강력 반발하면서 양측 간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주요 은행과 에너지·방위 산업체가 미국 금융시장에 접근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제재안을 발표했다. 대상은 러시아 국영 석유회사 로스네프티와 민간 가스회사 노바텍, 국영 은행 VEB와 가스프롬뱅크다. 휴대용 무기와 박격포, 탱크 등을 생산하는 8개 무기 생산업체도 제재에 포함됐다.

또 블라디미르 푸틴의 조언자인 이고르 셰골레프와 세르게이 네베로프 러시아 하원 부의장, 분리주의세력 지도자 알렉산드르 보로다이, 연방보안국(FSB) 직원 세르게이 베세다 등 개인 4명도 들어갔다. 앞서 러시아인과 러시아 기업에 대한 여행금지 및 자산동결과 비교하면 매우 확대된 조치다. 그러나 러시아 경제의 핵심 부문을 완전히 차단하는 데까지는 미치지 않았다고 AP통신은 평가했다.

EU 28개국 정상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정상회의 후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 보존, 독립을 침해하거나 위협하는 러시아 기업 등을 제재키로 결의했다. 크림 합병에 책임이 있거나 우크라이나 동부 상황을 불안하게 만든 러시아 의사 결정자들에게 물질적·재정적 지원을 하는 개인과 단체가 제재 대상이다.

러시아는 즉각 이번 조치를 비난하며 보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브라질을 방문 중인 푸틴 대통령은 “미국의 이번 제재는 러시아와 미국의 관계를 완전히 막다른 곳으로 몰고 갈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미국과 미 국민에게도 손해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고 이타르타스 통신이 전했다. 세르게이 랴브코프 외무차관은 “분노를 자아내는, 수용할 수 없는 조치”라며 “미국이 매우 아프고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대응 조치를 취하겠다”고 위협했다.

냉전시대 미국의 ‘턱밑’ 쿠바에서 운영됐던 러시아 감청기지가 재가동될 것이라는 러시아 언론의 보도도 나왔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우리는 아바나 인근 ‘루르데스’ 감청기지를 쿠바와 합의로 폐쇄했으며 이를 재가동할 계획이 없다”며 “러시아는 이 기지 없이도 국방 분야 과제를 해결할 능력이 있다”고 일축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