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사고가 난 헬기는 지난 4월 29일부터 세월호 사고해역에서 수색지원 임무에 투입됐다. 오전 10시49분 광주비행장을 이륙한 지 4분여 만에 추락했다. 지난 14일부터 현장에 다시 투입된 헬기는 진도 팽목항 해역의 기상악화로 유실물 수색작업을 포기하고 광주비행장에서 주유·정비 작업을 마친 뒤 강원도로 복귀하던 중이었다.
이 사고로 헬기 기장 정성철(52) 소방경, 부기장 박인돈(50) 소방위, 구조대원 신영룡(42) 소방교, 이은교(31) 소방사, 정비사 안병국(39) 소방장 등 5명이 현장에서 숨졌다.
사고 당시 광주에는 시간당 3.5㎜의 장맛비가 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헬기운항에 치명적으로 방해가 되는 돌풍 등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시정 11㎞, 풍속 1.2m로 다른 기상여건도 비교적 양호했다.
광주기상청은 “시간당 강우량이 조금 많았지만 흐리고 비가 오던 중으로 기상악화로 인해 헬기가 추락했을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광주비행장을 이륙한 지 4분 만에 추락한 점으로 미뤄 일각에서는 기체 결함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광주시와 광주소방본부, 광주경찰청은 광산소방서에 대책본부를 꾸리고 정비 불량 등 정확한 사고원인 조사에 들어갔다. 추락한 헬기(AS365-N3)는 2001년 8월 프랑스·독일이 합작한 헬리콥터 생산업체 유로콥터(Eurocopter)에서 도입됐다. 14명까지 탑승할 수 있으며 1158ℓ의 연료를 싣고 최대 860㎞를 3시간30분에 걸쳐 운항할 수 있다. 기체는 길이 11.6m, 넓이 2m, 높이 3.8m 규모로 인명구조용 ‘더핀(Dauphin)’ 기종이다. 헬기 도입가격은 대당 122억원으로 전해졌다. 소방방재청은 사고 헬기와 동일기종의 운항을 잠정 중지했다.
사고 헬기와 동일한 기종이 전국 시·도 119본부에 3대 더 배치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헬기는 지난 7일 정비 점검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강원도소방본부를 통해 사고 헬기에 블랙박스가 장착된 것을 확인했다. 동체 꼬리 쪽에 있는 블랙박스는 조종실음성녹음장치(CVR)와 비행자료 분석장치(FDR)가 한 상자에 들어있는 일체형이다. 블랙박스는 통상 1000도 이상의 고온에서도 30분 이상 견딜 수 있도록 설계돼 있으나 사고 당시 동체가 불에 탄 만큼 손상됐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길주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사무국장은 “사고 조사의 핵심은 블랙박스 분석”이라면서 “블랙박스의 손상 여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문 국장은 “조사 결과가 나오려면 적어도 1년은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소방헬기 광주 도심 추락 사고] 이륙 4분 만에 추락… 기체 결함 가능성
입력 2014-07-18 02: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