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초점-‘조사위 수사권’에 막힌 세월호 특별법] 못믿을 정치권… ‘세월호 수습’ 앞에서도 쌈박질

입력 2014-07-18 03:08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 등 관계자들이 1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의 지루한 입씨름으로 세월호 특별법 처리가 길을 잃고 있다.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가 합의한 것조차 지켜지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 수습에 전력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믿었던 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국민은 다시 한번 정치권에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현실에 처해졌다. 세월호 참사 이후 90여일이 지났지만 여야는 진상규명과 피해보상을 위한 근거법조차 마련하지 못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는 지난 10일 청와대 회동에서 당초 16일 국회 본회의에서 세월호 특별법을 처리한다는 데 합의했다. 하지만 6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17일에도 세월호 특별법은 처리되지 못했다. 여야가 한 것이라고는 논의를 이어가기 위해 7월 임시국회를 소집한 것 말고는 없다.

여야는 세월호 특별법에 따라 구성되는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을 부여할지 여부를 놓고 한 치 양보도 없이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헌법이나 법률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이유로 수사권 부여를 강하게 반대했다. 새누리당은 진상 규명이 미진할 경우 수사를 지휘할 수 있는 독립된 지위의 특임검사를 진상조사위 외부에 임명하거나 지난 6월 발효된 상설특검법에 따라 상설특검을 가동하자는 입장이다.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평화방송 라디오 인터뷰에서 “(진상조사위에 수사권을 줄 경우) 우리나라 법 질서의 근간이 검사가 수사와 기소를 하는 것”이라며 “이런 근간을 무너뜨리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밝혔다. 미국의 9·11테러 당시 구성된 조사위원회에도 전문가들과 피해자 유가족들이 참여했으나 수사권을 부여하지는 않았다는 사례도 언급했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도 국회 예산결산특위 결산심사에 출석해 수사권 부여가 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든다는 주장과 관련,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며 사실상 동조했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유가족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면서 사법체계 손상도 없는 방법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두루뭉술한 답변을 내놓았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수사권만은 절대 양보할 수 없다며 새누리당의 결단이 없을 경우 논의를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세월호 태스크포스(TF) 소속 의원들은 “진상규명 의지 없이 세월호 특별법을 무력화하기 위한 시도로 일관하고 있는 새누리당 TF팀과의 협상을 더 이상 이어가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새누리당 지도부의 전향적인 결단이 없는 한 TF에서의 논의는 중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정치연합은 진상조사위 안에 특수사법경찰관 제도를 두고 수사권을 갖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원하는 수사권과 기소권 둘 다 빠진 진상조사위는 껍데기뿐이라는 것이다.

새정치연합 TF 간사인 정청래 의원은 CBS라디오에 출연해 ‘사법체계를 흔들 수 있다’는 새누리당의 주장에 대해 “어차피 특수사법경찰관 제도를 도입하더라도 검사 누군가에게는 지휘를 받는 거 아니냐”며 “그것이 무슨 사법체계를 흔드는 일이냐”고 반문했다.

새누리당이 제안한 ‘동행명령’에 대해서도 거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세월호 사건 조사 및 보상에 관한 조속 입법 TF’ 야당 간사인 새정치연합 전해철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수사권에는 동행명령, 자료제출 요구 등 수많은 권한이 포함돼 있다”며 “그중에 동행명령 하나만 받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