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살해된 재력가 장부에 오른 검사 ‘송씨’ 재판 중에도 돈 받은 정황 포착

입력 2014-07-18 04:22
살해된 재력가 송모(67)씨의 뇌물 장부에 이름이 등장하는 A검사가 송씨가 사기 혐의로 수사와 재판을 받던 시기에도 수차례 금품을 받은 정황이 17일 포착됐다. 대검찰청 감찰본부가 서둘러 정식 수사에 착수한 것은 A검사의 부적절한 처신을 확인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검찰이 확보한 송씨의 뇌물 장부인 '매일기록부'에는 2005년 1∼9월 서울남부지검에서 근무 중이던 A검사에게 5차례에 걸쳐 80만∼200만원씩 모두 580만원을 건넸다는 기록이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송씨는 사기 혐의로 고소돼 검찰 수사를 받고 있었다. 송씨는 부인의 8촌인 S산업 이모 전 회장을 속여 300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갈취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은 2004년 송씨를 소환조사했고 이 전 회장이 거주하고 있던 일본에 공조수사까지 요청했다.

이후 검찰은 2006년 2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송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1심 재판은 2009년 11월까지 3년9개월간 진행됐다. 재판 도중 사문서위조, 사문서위조행사 등의 혐의가 추가됐고 공소장도 변경됐다. 매일기록부에는 재판 기간에도 송씨가 A검사에게 세 차례나 돈을 건넨 것으로 기록돼 있다. 송씨는 2007년 1월 200만원, 2008년 3월 100만원, 2009년 10월 100만원 상당을 A검사에게 전달한 것으로 기록했다. 당시 A검사는 지방에서 근무하고 있었으며, 송씨가 A검사를 만난 2007년 1월 27일과 2009년 10월 10일은 모두 토요일이었다. A검사가 주말에 서울에 올라왔거나, 송씨가 A검사 근무지에 내려가 만났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매일기록부 내용이 사실이라면 현직 검사가 사기 혐의로 검찰 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던 피고인을 수시로 접촉해 돈까지 받았다는 의미가 된다. 송씨의 사기 사건은 송씨의 근거지인 강서구에서 유명한 사건이었으며, 남부지검에 근무했던 A검사도 충분히 내용을 알 수 있는 상황이었다. 검찰은 송씨가 A검사를 만나 수사나 재판에 도움을 받으려 했는지 여부를 조사할 방침이다.

송씨는 2009년 11월 13일 유죄가 인정돼 징역 8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그러나 그는 곧바로 항소했고 7개월 만인 2010년 6월 25일 혐의 대부분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고 풀려났다. 송씨는 석방 후 3개월 만인 그해 9월 추석 명절 전후 다시 A검사를 만나 300만원을, 이듬해 9월 500만원을 건넸다고 장부에 적었다. A검사는 2010년부터 서울중앙지검에서 2년간 근무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