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신격호(92) 총괄회장의 조카들이 신 회장의 부의금을 둘러싸고 법정 다툼을 벌였다. 신 회장이 여동생 장례식에 낸 부의금이 수십억원인지 1000만원인지가 소송의 쟁점이었다.
신 회장의 여동생 A씨는 B씨와 결혼해 2남 3녀를 뒀다. A씨는 2005년 1월 사망했는데 신 회장은 장례식에 부의금을 보냈다. 장례식이 끝난 후 부의금을 나누는 과정에서 마찰이 생겼다. A씨의 둘째 딸 C씨는 "신 회장이 부의금으로 수십억원을 전달했는데 다른 남매들이 나 몰래 돈을 보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C씨는 첫째 오빠, 언니, 여동생을 상대로 "내 몫 부의금 1억원을 달라"는 소송을 냈다.
C씨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네 앞으로 10억원 정도를 만들어 놨다"고 말한 둘째 오빠의 녹취록을 법정에 제출했다. 피고 남매들은 신 회장의 부의금은 1000만원이었고, C씨 몫은 647만원이라고 맞섰다.
C씨는 재판에서 "피고들이 2011 ∼2012년 각각 아파트를 샀는데 신 회장 부의금을 쓴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 조사 결과, C씨의 첫째 오빠는 2011년 11월 서울 강남의 20억원대 아파트를 구입했다. 기초생활수급자였던 여동생도 비슷한 시기 고양시 아파트를, 언니는 다음해 11월 서울에 수억원대 아파트를 마련했다. C씨는 "기초생활수급자였던 여동생이 본인 돈으로 아파트를 산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첫째 오빠는 아파트 구입 시기를 전후해 막내 여동생에게 수년간 매달 250만원을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피고 남매들은 재판에서 정상적인 자금으로 아파트를 구매했다고 해명했다. 신 회장의 부의금을 포함해 장례식에 들어온 부의금은 모두 5000만∼6000만원에 불과했다고 주장했다. 장례식 비용을 빼고 남은 돈은 2500만원 정도였는데, C씨 몫은 둘째 오빠가 갖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6부(부장판사 조규현)은 C씨가 낸 소송에서 "신 회장이 수십억원대 부의금을 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7일 밝혔다. C씨 측은 재판에서 신 회장의 증인 출석을 원했으나 증인 신문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부의금 규모를 놓고 재판까지 벌였지만, 신 회장이 낸 부의금 액수는 결국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소송에 관해 "신 회장의 동생이 9명인데 그룹차원에서 개별 가정사에 관여하지는 않는다"며 "부의금도 개인적인 부분이라 액수를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단독] 부의금 소송전 벌인 辛회장 조카들
입력 2014-07-18 04: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