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10명 중 3명 ‘사이버 왕따’ 피해… 절반이상 괴롭힘 보고도 외면

입력 2014-07-18 04:38
중학생 김민지(가명·14)양은 최근 같은 반 친구끼리 만든 '단체 카톡방'에서 따돌림을 당했다. '못생겼다'거나 '보기 싫은 애가 왜 이리 시끄럽냐'는 식의 인신공격이 이어졌다. 견디다 못해 카톡방에서 탈퇴했지만 친구들은 김양을 다시 초대해 '왜 나가냐'며 폭언을 계속했다.

고교생 박민수(가명·17)군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친구 6명이 조를 나눠 PC방에서 온라인 게임 '서든어택'을 하기로 했다. 박군과 한 조가 된 친구는 게임을 하는 내내 박군에게 '너랑 같은 편이 돼서 짜증난다' '넌 도대체 잘하는 게 뭐냐'고 채팅 메시지를 보냈다. 이후 박군만 빼고 5명 전원이 게임에서 빠져 박군 혼자 게임을 해야 했다.

우리나라 청소년 10명 중 3명은 이 같은 '사이버불링'(cyber bullying·사이버 공간에서의 집단 따돌림과 괴롭힘)을 당해봤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또 사이버불링을 목격한 청소년의 절반 이상은 이런 괴롭힘을 보고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은 전국 중·고생 4000명을 대상으로 '한국 청소년 사이버불링 실태 조사'를 벌인 결과 전체의 27.7%가 "사이버불링을 당해봤다"고 응답했다고 17일 밝혔다. 피해 유형은 '온라인상 개인정보 유출'(12.1%)이 가장 많았고 '온라인 게임을 통한 괴롭힘'(10.2%)이 뒤를 이었다. 남학생은 온라인 게임, 여학생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피해가 주를 이뤘다.

사이버불링 가해 경험이 있다고 밝힌 학생도 19.4%나 됐다. 주로 카카오톡 친구 신청을 거부하거나 대화방에서 누군가를 제외하는 경우(10.1%)가 많았다.

사이버불링을 목격했다는 응답자의 절반 이상(52.2%)은 "그냥 상황을 지켜봤다"고 답했다. 가해자에게 그만두라고 요구한 경우는 27.8%에 불과했다. 경찰에 신고하거나(2.2%) 교사에게 알리는 경우(3.0%)는 극히 드물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이창호 연구위원은 "학교 차원의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적극적인 신고를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