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왕실에서 자주 발생한 질병은 무엇이었으며 어떻게 치료했을까. 또 무병장수에 대한 염원은 어떠했으며 출생과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서울 경복궁 국립고궁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9월 14일까지 열리는 ‘조선왕실의 생로병사-질병에 맞서다’는 왕족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의 고민이기도 한 삶과 죽음의 문제에 초점을 맞춘 전시다.
한독(옛 한독약품)이 1964년 창립 10주년 기념사업으로 충북 음성에 개관한 한국 최초의 전문박물관이자 기업박물관인 한독의약박물관(관장 이경록) 개관 5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다. 허준의 ‘동의보감’ 초간본과 1885년 우리나라 최초의 왕립병원인 광혜원에서 서양 의술을 베푼 미국인 의사 알렌(1858∼1932)이 사용한 의료기구 등 120여 점을 한데 모았다.
고려시대 왕실의료기관 이름이 새겨진 ‘청자상감상약국명합’(보물 제646호)과 조선 초기 정부에서 편찬한 대표적인 의서이자 국내 유일본인 ‘의방유취’(보물 제1234호) 등 보물 9점이 출품됐다.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1335∼1408년)의 탯줄과 태반을 넣었던 ‘태항아리’는 영웅의 탄생을 간접적으로 살펴볼 수 있게 한다.
영조시절 사도세자의 양육과정을 기록한 ‘경모궁 보양청일기’, 순종왕세자 탄신을 축하하는 병풍과 천연두 회복을 축하하는 병풍은 왕세자의 성장과 병치레 등을 볼 수 있는 자료다. 정조가 사망 직전 격열(膈熱)에 시달리며 쓴 편지글과 고종의 사망 순간을 기록한 ‘태의원일기(太醫院日記)’는 아무리 임금이라도 병마와 죽음 앞에서는 약한 존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무료 관람.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
조선 왕실에선 질병에 어떻게 맞섰나
입력 2014-07-18 02: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