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회의원 소선거구제 개폐 논의해볼 만하다

입력 2014-07-18 02:50
정의화 국회의장이 17일 제헌절 기념사에서 국회의원 선거제도 변경에 대한 논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정 의장은 현행 소선거구제와 관련해 “승자 독식의 선거제도가 앞으로도 계속돼야 하는지, 우리의 미래에 과연 합당한지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기존의 잘못된 정치 틀을 바꾸기 위해서는 선거제도 개혁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2000년대 이후 역대 국회의장들은 제헌절 때마다 헌법 개정 논의를 주문했다. 그때마다 개헌은 다들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정치적 파장이 워낙 큰 사안이라 유야무야되고 말았다. 정 의장이 개헌 대신 실현 가능성이 높은 선거법 개정 논의를 제안한 것은 시의적절하다. 현 소선거구제는 지역주의를 뒷받침하기 때문에 국민통합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개선이 시급하다.

소선거구제와 중·대선거구제는 제각기 장단점이 있다. 우리 헌정사에선 오랫동안 한 선거구에 2인씩 뽑는 중선거구제를 채택했으나 1988년 13대 총선 때부터 한 선거구에 1인씩 뽑는 소선거구제를 도입해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다. 소선거구제는 신인 발굴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사표(死票)가 많은 데다 우리나라처럼 지역성이 강한 나라에선 지역편향 투표 가능성이 높다는 치명적 약점을 안고 있다.

실제로 13대 총선에서 평화민주당은 이른바 황색 바람으로 호남 37석 중 한겨레민주당 1석을 제외한 36석을 차지했다. 반면 대구·경북에선 민주정의당, 부산·경남에선 통일민주당이 크게 이겼다. 지역성이 이토록 뚜렷하게 부각된 적이 없었다. 중선거구제였던 12대 총선 때와는 전혀 다른 성적이다. 이런 추세는 24년이 지난 2012년 19대 총선까지 이어져 민주통합당이 호남에서 30석을 석권한 반면, 영남에선 61석 중 3석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결과적으로 지역감정을 부추겼으며, 이후 국회에서의 여야 대립을 심화시켰다.

정 의장은 차제에 선거법을 개정해 중선거구제를 도입하자는 의중을 갖고 있는 것 같다. 호남에서도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되고, 영남에서 다수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탄생토록 하려면 중선거구제를 도입하지 않으면 안 된다. 여야가 당리당략을 떠나 선거법을 개정하기 위해서는 20대 총선을 1년반 남짓 앞둔 지금부터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선거에 임박해서 논의하다 보면 제도의 좋고 나쁨엔 관심이 없고 손익계산부터 하기 때문이다. 26년 전 1노3김(노태우 김대중 김영삼 김종필)의 정치공학적 타협으로 도입된 소선거구제는 현 시점에서 장점보다 단점이 더 두드러져 보인다.

혹여 중선거구제 도입이 여의치 않다면 석패율제라도 도입해야 한다. 이는 지역구에서 득표율이 높지만 아깝게 2위로 낙선한 후보의 경우 비례대표로 구제하는 제도다. 19대 총선 때 이 제도가 있었다면 대구의 김부겸, 광주의 이정현이 배지를 달 수 있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