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투어에서 활동합니까?”
“아니요. 공장에서 일합니다.”
두 차례 메이저 골프 대회에서 우승한 존 댈리(미국)와 한 사내가 브리티시오픈 개최지인 잉글랜드 호이레이크 로열 리버풀 골프클럽에서 나눈 대화다. 대화의 주인공은 존 싱글턴(30·잉글랜드)이다. 그는 리버풀 골프클럽에서 불과 10분 거리에 있는 한 합성수지 공장 직원이다.
AP통신은 “이번 대회의 정식명칭이 왜 디 오픈(The Open)인지는 싱글턴을 보면 알 수 있다”고 17일(한국시간) 보도했다.
싱글턴은 브리티시오픈에 처음 도전해 출전권을 따냈다. 출전자의 과거 골프 이력을 따지지 않는 이 대회는 확실히 개방돼 있다. 싱글턴은 ‘어드밴스트 일렉트리컬 바니시’라는 공장에서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30분까지 일하는 교대근무자다. 방수코팅 재료인 합성수지를 섞고 옮기는 것이 그의 업무다. 일이 끝나면 그는 지역 골프장으로 가서 골프 연습을 했다. 해가 늦게 지는 여름에는 오후 10시가 다 되도록 골프를 쳤다.
앞서 그는 미국에서 활동하며 프로 골퍼의 꿈을 키웠지만, 양쪽 무릎을 심하게 다쳐 꿈을 접어야 했다. 그러나 그의 동네에서 브리티시오픈이 열리는 기회를 그냥 지나칠 수 없어 과감하게 도전했다.
그가 다니는 공장 사장은 대회 기간에 직원 모두에게 유급휴가를 지급했다. 현장에서 싱글턴을 응원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싱글턴이 브리티시오픈에 출전하는 데는 운도 따랐다. 지역예선에서 떨어졌지만, 다른 선수의 중도 포기로 대신 다음 단계로 진출하게 됐다. 최종 예선전에서는 친구에게서 빌린 웨지를 이용해 서든데스 플레이오프에서 승리하며 출전권을 따냈다.
연습 라운드를 마치고 돌아오는 그에게 구경하던 소녀들이 “당신도 유명한 사람인가요”라고 묻자 싱글턴은 “이 대회에서 경기하는데, 이 정도면 꽤 유명하지 않니”라고 말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어느 ‘블루칼라’의 도전… 메이저 골프대회 브리티시오픈 출전
입력 2014-07-18 02: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