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경제팀의 핵심 정책 중 하나인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다. 세법을 위반한 이중과세인 데다 사유재산 침해라는 반대론과 국가 경제를 살리기 위한 내수 활성화용 불가피한 정책 수단이란 찬성론이 맞서고 있다. 당초 여론을 살피기 위한 애드벌룬 정도로 생각됐으나 최 경제부총리가 16일 취임 첫 기자간담회에서 과세 가능성을 재확인함에 따라 실현 가능성이 높아졌다.
결론부터 말하자. 사내유보금을 과세 대상으로 삼는 것은 잘못이다. 사내유보금이 뭔가. 기업의 당기 이익금에서 세금과 배당 등 사외로 지출된 금액을 빼고 남은 이익잉여금에 자본잉여금을 합한 금액이다. 쉽게 얘기하면 기업 경영을 통해 번 돈 가운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주주 등에 내야 할 돈은 내고 남은 돈을 말한다. 여기에 다시 세금을 물린다는 것은 조세정의에 어긋난 반조세 정책이다. 봉급생활자들의 세후 급여에 다시 세금을 부과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렇다고 최 경제팀의 정책 방향이 틀렸다는 말은 아니다. 지난 1분기 말 현재 10대 그룹 81개 상장사의 사내유보금은 515조9000억원이다. 올해 우리나라 예산 규모의 1.5배에 달한다. 이 중 기계설비, 공장, 토지, 연구개발 등에 사용된 금액을 제외한 현금만 100조원을 웃돈다. 최 경제팀은 금고 속에 있는 이 돈을 끄집어내 내수활성화 기반용으로 쓰겠다는 복안이다. 대기업들은 그동안 정부의 정책적 지원에 힘입어 성장을 구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내수기반이 지극히 취약한 현 상황에서 기업들의 여윳돈을 풀어서 국민들 살림살이에 도움이 되도록 활용하겠다는 것은 옳다.
다만 강제적 수단인 조세 정책을 활용하겠다는 것은 자본주의의 원리에 어긋나고 국부 유출 우려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점을 알아야겠다. 미국과 일본 등 일부 국가에서 사내유보금 과세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과다한 준조세 부담 등을 지고 있는 우리 기업과는 경영 환경이 다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사내유보금 과세에 대한 대안으로 법인세 인상이 적절하다는 생각이다. 우리나라의 법인세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20위 수준으로 높은 편이 아니다. 더욱이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내세운 이명박 정권 때 크게 낮아졌다. 사내유보금 과세도 따지고 보면 법인세 와 같은 맥락에서 물리는 세금이다. 정부로서는 증세를 한다는 여론의 악화를 감안해 시행에 주저하는 것이다. 기업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정치인 출신인 최 부총리 입장에서야 법인세율 인상이 신경 쓰이겠지만 진정으로 경제를 살리겠다는 의도라면 굳이 에둘러 가지 말고 정공법을 택하는 것이 훨씬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겠다.
[사설] 오죽했으면 ‘사내유보금 과세론’ 나올까마는
입력 2014-07-18 02: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