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숲 속에 낯선 물건이 나타났다. 호기심 많은 동물 친구들의 다양한 해석이 붙여진다. 토끼에겐 햇볕을 가려주는 가림막이 된다. 곰이 머리에 얹으니 근사한 모자가 되고 여우에게는 달빛 아래 따뜻하게 잠들 수 있는 푹신한 침대가 된다. 쥐들에겐 식사용 테이블로 안성맞춤이다.
이 낯선 물건에 위기가 왔다. 지렁이가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낯선 물건을 먹으려고 입을 벌렸다. ‘도대체 어떤 물건인데’라는 궁금증이 커지는 순간 꼬마 소년이 위기의 물건을 지렁이로부터 구출한다. 그리고 소년의 손에 쥐어지면서 비로소 물건의 정체도 밝혀진다. 빨간 표지의 예쁜 이야기책이다. 아이가 책 속 이야기를 읽기 시작하자 동물 친구들도 이야기에 푹 빠진다.
어린이 책을 써온 작가는 이 책에서 아이들이 책의 쓰임에 대해 다양하게 상상할 수 있도록 호기심과 흥미를 자극하고 있다. 러시아 민스크에서 태어난 작가는 미국으로 이주한 뒤 많은 어린이 책을 냈다. ‘루시 도브’는 ‘국제도서협회 어린이들의 선택’ 상을 받았고 ‘잠자는 소년’은 ‘퍼블리셔스 위클리 올해 최고의 책’에 선정됐다. 작가가 그린 수채화풍의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그림은 덤이다.
스쿨 라이브러리 저널은 “이제 막 책을 접하기 시작한 어린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멋진 그림 책”이라고 평했다. 김상미 옮김.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책과 길] 여우에겐 침대 토끼엔 가림막… 책, 참 쓸모 많구나
입력 2014-07-18 02: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