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박순애 (10·끝) 꿈없는 수천명보다 꿈 가진 한 사람이 세상을 바꾼다

입력 2014-07-18 02:39
박순애 전도사가 선교복지요양원을 둘러보고 있다. 박 전도사는 젊은 시절 고향 어르신들에게 받은 사랑을 돌려드리기 위해 노인 섬김에 관심을 갖고 있다. 은퇴목회자쉼터 설립도 계획 중이다.

나는 청송에서 긴 세월을 가난 속에서 훈련받았다. 이것이야말로 내 평생의 자산이다. 가난이 두렵지 않은 법을 배웠고, 인생에서 돈이 전부가 아니라는 진리도 배웠다. 주님만 계시다면 모든 것을 다 가진 기쁨으로 살아가는 법도 배웠다.

2000년 기도 가운데 주님은 “학원을 떠나라”는 감동을 주셨다. 27세에 “청송을 떠나라”고 명하신 것과 똑같은 말이다. 처한 상황은 달랐다. 청송을 떠날 땐 무일푼이었다. 2000년엔 내 손에 쥐어진 게 많았다. 그러나 하나님은 모든 것을 내려놓길 원하셨다. 학원을 떠난 건 주님의 명령이었다. 금식하며 순종했다. 그 결과 지금의 내가 있게 됐다. 2001년 1월, 37세까지 살아온 내 인생의 이야기를 한 권의 책으로 출간했다. ‘찔레꽃 그 여자’ 여러 방송과 신문에서 인터뷰했다. 학원을 운영하며 밤에는 예장통합 서울북노회 성서신학원에서 신학을 공부해 전도사 임명도 받았다. 그러자 교회에서 집회 요청이 쇄도했다.

“인색함은 검약이 아니다. 후함은 결코 낭비가 아니다.” 후함으로 삶이 풍성해지고 인색함으로 삶이 궁색해진다는 것을 살아오면서 깨달았다. 인색한 사람은 자신을 위해 낭비한다. 반면 후한 사람은 자신에게 늘 근검절약한다. 가난하다고 다 인색한 것이 아니고, 부자라고 모두 후한 것이 아니다. 그 모든 것은 주님의 사랑 차이다. “진실로 각 사람은 그림자 같이 다니고 헛된 일로 소란하며 재물을 쌓으나 누가 거둘는지 알지 못하나이다.”(시 39:6) 그림자 같은 인생이 되지 않으려면 예수님의 흔적을 지녀야 한다. 그리스도인은 하나님의 영역 확장에 물질을 사용해야 한다.

학원을 경영할 때부터 어려운 가정의 아이들을 돌봐왔다. 1000여명 학생 가운데 보육원 아이들 등 150여명은 무료로 학원에 다녔다. 돈을 걱정하는 아이들에게 오히려 “열심히 공부하고 교회도 잘 다녀서 나중에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지”라고 격려했다. 그 자리에서 하나님의 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미자립교회 은퇴목사님이나 해외에서 선교사로 헌신하다 몸이 아파 들어오신 분들을 섬긴 것도 그때쯤이다. 또 27세까지 산에서 약초 캐며 품팔이로 살았던 고향 마을에서 잔치를 열고 어르신들께 효도관광을 보내 드리는 것은 최고의 행복이다.

3년 전에는 충북 청주에 선교복지요양원을 개원했다. 소외 어르신을 섬기려고 한 일이다. 당초 은퇴목회자쉼터 건축을 위해 부지를 알아보던 중 목사님이 세운 요양원을 인수받았다. 오직 하나님이 주인 되시고 모든 것을 하나님께서 이루시는 사랑의 공동체로 운영하고 있다.

무엇보다 내게 주신 가장 큰 사명은 교도소 사역이다. 재소자들과 함께한 세월이 벌써 30년이다. 2008∼2009년 2000여권의 책을 의정부교도소에 기증해 도서관을 꾸며주기도 했다. 책을 통해 내가 꿈꿨던 세상을 재소자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었다. 나는 이 모든 사역을 ‘찔레꽃예향선교회’ 이름으로 한다.

최고의 악질 남편이 순둥이로 변해 주의 사역을 감당하며 같이 달려온 시간이 14년이다. “위 부부는 갖은 역경을 극복하여 모범적인 가정을 일구어 왔으며 특히 국내외 집회를 통해 가정 및 부부관계의 소중함을 일깨워 왔으므로 이에 올해의 특별 부부상을 수여합니다.” 2009년 세계부부의날 위원회로부터 받은 ‘올해의 특별부부상’ 패에 기록된 내용이다. 남편과 내가 이런 상을 받을 줄이야. “그동안 애썼다”며 하나님께서 평생 잊지 못할 선물을 우리 부부에게 주신 것 같다. 10세 때 구룡포 바닷가에 버려져 눈이 파랗게 되도록 울던 그 아이는 주님의 사랑으로 여기까지 왔다. 그리고 나를 닮은 또 다른 사람들을 위해 오늘도 눈물 흘리며 달려간다. “꿈이 없는 수천명의 사람보다 꿈을 가진 한 사람이 세상을 변화시킨다.” 목숨 바쳐 주님을 믿으면 두려울 게 없다. 주님의 사랑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큰 은혜를 주신 주님께 모든 영광을 돌린다.

정리=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