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1기 때와 달리 도정을 뛰어넘는 구상을 하는 듯했다. 경남 도정뿐만 아니라 정치현안 전반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견해를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로 선출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에 대한 충고, 조언도 잊지 않았다. 최근 경남 창원 경남도청에서 1시간여 동안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했다.
-새누리당 대표가 새로 선출됐는데.
“대표는 당당해야 된다. 내가 당 대표 할 때는 청와대에 장관 후보자 등 인사청문회 대상이 되는 사람을 복수로 보내라고 했다. 인사청문회에서 통과시킬 자신이 있는 사람을 찍어줬다. 대신 당에서 책임지고 인사청문회를 통과시켜줬다. 청와대 일방통행이다 싶으면 통과를 안 시켰다. 당의 결정에 청와대에서 이견을 제시 못했다. 당 대표 책임 하에 결정했다. 당시에 청와대가 지식경제부 장관과 검찰총장 후보를 두 사람씩 보내왔고 내가 찍어서 통과시켰다. 당에서 후보에 대해 논란이 있을 때는 내가 설명했다. 그런 당 대표가 필요하다.”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 문제가 많이 꼬여 있다.
“친박의 틀에서 인사를 하니까 그렇다. 친박 중심의 인물만 찾고 있다. 문제가 있는 인사도 내편에서 바라보면 문제가 안 보인다. 그러나 인사는 상식적인 국민의 수준에서 검증해야 한다. 전관예우 문제도 그렇다. 전관예우로 변호사 수임료 많이 받았으면 공직에 들어올 생각을 말았어야 한다. 국민 감정으로 볼 때 하루에 1000만원 벌었다는 그 한마디로 끝난 것이다. 검증을 할 때 국민적 시각에서 해야 한다. 그러나 같은 편인 민정수석실 법조인 출신들이 보면 별 문제가 안 된다. 오히려 다른 전관예우 경우보다 적게 받았다고 생각한다. 국민들 입장에서 분통이 터질 수밖에 없다. 인사 문제가 친박의 틀에 너무 갇혀 있다. 검증의 기준을 자신들 시각으로 했다. 그래서 인사 사고가 생긴다.”
-총리 인선 파동도 그렇게 보나.
“그렇다. 총리 인선과 관련해 여당에서 인사청문회 제도를 완화하는 쪽으로 개선하자고 주장하는데 난 반대한다. 흠 안 잡히는 인물을 계속 찾아야 된다. 미국에서 고위 공직자가 되려는 사람들은 이미 자기관리가 젊은 시절부터 되어 있다. 대한민국은 젊은 시절에 어떻게 놀았더라도 고위 공직자를 하려고 덤빈다. 오히려 인사청문회가 더 촘촘해지고 더욱 도덕성을 요구하는 그런 시대로 가야 한다. 왜 개인의 도덕성 문제는 비공개로 하고 정책 문제만 공개적으로 하나. 정책을 결정하는 데 기본이 되는 것은 개인의 사상과 이념, 도덕성 문제다. 그걸 왜 분리하나. 그래서 인사청문회 제도를 완화하기보다 오히려 강화해야 된다. 총리 할 사람이 없어도 계속 찾아야 한다. 국민들이 용인할 수 있는 잘못이 있고 용인을 할 수 없는 잘못이 있다. 용인할 수 있는 잘못은 국민들도 수용을 해준다.”
-경제는 침체되어 있고, 월드컵도 지고, 세월호와 총기 사고도 있었다.
“지금 국민들한테 중요한 것은 신나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이다. 사회 전체가 신이 나고 열심히 일하는 것에 대통령의 생각이 모아졌으면 한다. 대통령이 주도적으로 신나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걸 생각해 봐야 된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대북, 외교 분야에서 속 시원하고 신나는 대한민국을 어떻게 하면 만들 것이냐를 생각해봐야 한다. 그러나 이슈가 터지면 매몰이 되어버리고 수세적으로 몰려 헤어나지를 못한다. 그래서 해결의 기미가 안 보인다. 지금 박근혜정부가 어려운 상황에 처한 것도 결단의 순간에 자꾸 주저하기 때문이다. 결단을 해야 될 순간에 미련을 갖고 주저하다 보니 자꾸 수렁에 빠지게 된다. 정부도 과감성 있는 결단이 필요하고 결단을 내렸으면 전력을 다해서 범여권이 힘을 합쳐 추진해야 한다. 최근에 소통을 말하면서 사실상 정치적 결단이 없는 시대로 가고 있다.”
-그래도 여당이 지방선거 때 선전했고 대권후보 반열에 오른 인사들도 많아졌다.
“선거에서 패배하지 않은 것은 정권 초기라서 그랬다. 정권 초기에 여당의 힘을 빼버리면 국정이 바로 레임덕으로 가버린다. 청와대나 정부, 새누리당이 잘해서가 아니고 국민들이 걱정해준 것이다. 당선된 남경필 경기도지사나 원희룡 제주도지사도 이제 훌륭한 차세대 지도자 반열에 올랐다. 국민들한테 신중한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이제는 비판적 입장이었던 소장파 때와 다르다. 이제 지방정부에서 능력을 인정받으면 국정을 담당할 수 있는 거버너 시대가 될 것으로 본다. 정치 중진들이 지도자가 되는 시대와 다르다. 과거에는 재선 국회의원도 시·도지사를 쳐다보지 않았다. 지금은 3선, 4선, 5선 의원을 넘어선 사람들이 시·도지사 선거에 나가려고 한다. 그만큼 시대가 바뀐 것이다. 중앙정치 시대에서 지방정치 시대로 바뀐 것이다. 지방정치 시대에서 국민적 지지를 받는 사람 중에 이제는 중앙정부를 맡아도 좋다는 국민적 요구가 있으면 앞으로 대통령이 되는 그런 시대가 올 것이다. 특히 2017년도에 지방정부와 중앙정부의 임기가 거의 맞아떨어진다. 2017년 12월에 대통령 선거가 있는데 지방 수장들의 임기는 6개월 뒤다. 그렇기 때문에 아마 대통령에 도전하는 지방정부 수장들이 많이 나올 것으로 본다. 여권 내에서도 치열한 경쟁이 있는 것이 오히려 정권 재창출에 도움이 될 것이다.”
-진주의료원 폐쇄로 시끄러웠는데 지리산댐 건설 문제가 또 쟁점이 될 것 같다.
“식수 정책을 바꿔야 된다. 우리나라는 식수의 60%가 강변표류수다. 유럽의 경우 식수댐이 7000개다. 유럽처럼 환경을 우선하는 나라도 오염 때문에 강변표류수 사용이 지금은 15%밖에 되지 않는다. 우리는 각 가정에서 수돗물을 바로 못 먹고 정수기를 설치하거나 끓여먹는다. 많은 비용을 들여 수돗물 만들어 화장실물로 사용한다. 그래서 중수도 개념을 도입해야 된다. 지리산댐을 다목적댐으로 크게 만들어 식수도 사용하고 홍수 조절도 하고 발전도 해야 한다. 정부가 환경단체에서 반대한다고 해서 비겁하게 홍수조절용 댐이라고 거짓말을 하지 말아야 한다. 정면으로 돌파하고, 식수 정책을 국민에게 설득해야 한다. 비가 많이 오는 6, 7, 8, 9월에 수자원을 그냥 흘려보내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창원=글·사진 신종수 사회2부장 jsshin@kmib.co.kr
[데스크 직격 인터뷰] 신종수 사회2부장이 홍준표 경남지사를 만나다
입력 2014-07-18 0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