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와 경제는 인간의 삶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두 분야라고 할 수 있는데, 정치 문제에 대한 과도한 몰입과 비교할 때 경제를 놓고 토론하는 경우는 희귀한 감이 있다. 정치라면 누구나 한 마디 끼어들지만 경제 얘기가 나오면 다들 입을 다물고 만다. 경제는 여전히 전문가들의 수중에 있다. 대중의 접근을 가로막는 그들의 전문주의는 법률 분야를 제외하면 비교 상대가 없을 정도로 강고하다. 문제는 경제는 전문가들에게만 맡겨두기엔 너무나 중요하다는 것이다. 더구나 1997년 IMF 경제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경험하면서 경제 전문가들의 실력이 폭로됐다. 정작 중요한 순간에 그들은 너무나 무기력했다.
장하준은 경제학의 이름으로 행사되는 ‘지적 으름장’에 겁먹지 말라고 말한다. 신간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는 경제학 대중화라는 장하준의 여정에서 한 절정으로 평가받을만한 책이다. 경제학을 전문가들만의 리그로 분리하려는 사람들에 맞서 장하준은 경제학을 시민의 교양, 대중의 이야기로 구성하려는 노력을 계속해 왔다. ‘나쁜 사마라아인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같은 책이 대표적이다. 시민들의 경제 교사 역할을 장하준만큼 꾸준히, 그리고 성공적으로 해온 경우도 드물다.
장하준은 이번에도 아주 중요한 얘기를 매우 쉽게 전달하는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경제학을 구성하는 개념과 이론, 역사 등을 대중의 눈높이에서 설명하려는 그의 노력은 눈물겨운 데가 있다. 경제학파를 다룬 4장을 보면, 각각의 학파를 한 문장으로 요약한다. 그의 요약에 따르면 신고전주의학파는 “각 개인은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잘 알고 행동하므로 시장이 오작동할 때를 제외하고는 가만 놔두는 것이 좋다”이고, 케인스학파는 “개인에 이로운 것이 전체 경제에는 이롭지 않을 수도 있다”가 된다. 또 여러 경제학파를 비교하기 위해 ‘경제는…으로 만들어졌다’ ‘개인은…이다’ 등의 질문을 던진 후, 이에 대한 각 학파의 입장을 한 단어로 제시하는 비교표를 만들었다.
그렇다고 장하준의 책이 친절한 경제학 입문서 수준에 그치는 것은 아니다. 경제학의 통념을 의심하고 경제학의 권위를 흔들면서 독자들에게 경제학의 지배에서 벗어날 것, 그리고 더 나은 삶을 위해 경제학을 적극 사용할 것을 주문한다.
장하준은 경제학은 매우 불완전하며, 시장을 중심으로 보는 현재의 주류 경제학을 생산, 노동 등을 포함하는 훨씬 더 큰 실제인 현실 경제와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고 반복해서 강조한다. 그리고 경제학이란 것이 실은 수치 하나조차 정치적으로 선택되는 매우 정치적인 학문이며, 정부의 역할이 경제의 핵심 쟁점이라는 점을 일깨워준다.
“경제학은 정치적 논쟁이다. 과학이 아니고, 앞으로도 과학이 될 수 없다. 경제학에는 정치적, 도덕적 판단으로부터 자유로운 상태에서 확립될 수 있는 객관적 진실이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경제학적 논쟁을 대할 때 우리는 다음과 같은 오래된 질문을 던져야 한다. Cui bono(퀴 보노·누가 이득을 보는가)?”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책과 길] 대중 눈높이에 맞춘 ‘경제학의 진실’
입력 2014-07-18 02: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