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은행 역사는 합병의 역사다. 조흥, 제일, 상업, 한일, 서울, 주택은행 등이 합병으로 사라졌다. 3대 금융그룹인 국민, 신한, 우리금융도 은행 간 합병으로 지금에 이르렀다.
하나금융도 2012년 외환은행을 인수해 ‘리딩 뱅크’ 대열에 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이 걸림돌이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이 지난 3일 기자간담회에서 “이제 통합 논의를 해야 할 때”라고 언급하면서 조기통합 논의가 촉발됐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노사 양측은 ‘실리’와 ‘신의’를 내세워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하나금융은 3년간 1조원가량의 시너지를 낼 수 있다며 조기통합을 주장한다. 반면 노조 측은 2·17 합의서에 있는 ‘5년 독립경영 보장’ 약속을 들이민다.
이는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2001년 국민·주택은행, 2006년 신한·조흥은행 합병 때도 비슷했다. 2003년 6월 신한과 조흥의 합병을 반대해 총파업이 일어났고 당국이 급히 중재에 나섰다. 외환 노조가 주장하는 2·17 합의서 역시 갈등 상황이 지속되자 2012년 금융위원회가 나서 5년 독립경영 등을 보장하기로 약속하면서 인수가 성사됐다.
하나·외환 조기통합은 시너지 극대화를 위한 ‘신의 한수’가 될 수 있지만 밀어붙이기식은 역효과가 날 가능성이 크다. 화학적 융합 없는 물리적 결합은 갈등만 키울 수 있다.
노조는 ‘고용 불안정’을 우려한다. 사측은 인위적 구조조정이 없다고 하지만 비용 절감을 위해 통폐합이 불가피하다. 두 은행의 급여가 크게 차이가 나 조정이 쉽지 않다. 이 과정에서 오히려 인수 은행 직원들이 인사상 불이익을 보는 경우가 발생해 불만이 나올 수 있다.
조직문화가 다른 만큼 단기 융합은 쉽지 않다. 이전 합병 사례를 보면 각자 자신들의 방식을 고수하다 갈등이 빚어졌다. 통합 은행장 선임, 행명 선택 등 하나하나가 통합의 걸림돌이다.
국민은행은 합병한 지 10년이 넘었음에도 아직까지 국민, 주택 채널 이야기가 나온다. 양행 통합으로 당시 금융거래자의 절반이 통합 국민은행을 거래하고, 2000년 말 기준 총자산 1199억원 달러로 세계 66위를 차지해 명실상부한 ‘리딩 뱅크’였다. 하지만 제대로 융합되지 못하고 사건사고에 지속적으로 연루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면 신한은행에선 출신성분으로 인한 갈등은 없는 편이다. 당시엔 보통 인수 후 바로 합병으로 이어졌으나 신한은 3년 정도 ‘투뱅크-원체제’를 유지하면서 1년반 만에 급여 수준을 맞추고 ‘감성통합’에 힘쓰면서 조직문화 융합에 나섰다. 신한·조흥 통합 사례는 미국 하버드대에서 성공사례로 소개되기도 했다.
당시 통합 실무를 담당했던 신한금융 고위 관계자는 “3년간 투뱅크 체제 유지비용이 많이 들었으나 ‘정서통합’이 우선이라 생각해 적극적으로 스킨십에 나선 것이 성공적인 통합의 원동력이었다”고 말했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
[이슈분석] ‘조기통합’ 몸살 하나+외환, 합병 선배 은행에 배워라
입력 2014-07-17 03: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