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 악화에 결국 등 떠밀려 정성근 하루 새 거취 반전… 자진사퇴까지 무슨 일이

입력 2014-07-17 03:49

자질과 위증 논란을 빚어온 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16일 결국 자진사퇴를 선택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전날 임명 강행 의지를 보이기도 했지만 악화된 여론을 이기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야당이 박 대통령에게 지명 철회를 요구했던 후보자 2명이 모두 하차한 모양새가 됐다.

◇정성근, 부정적 여론 못 넘고 결국 사퇴=정 후보자의 자진사퇴는 오전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정 후보자는 입장 자료를 통해 "다 설명 드리지 못하는 부분이 있지만 그냥 물러나는 게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간 공직 후보자로서 국민 여러분께 희망을 드리지 못하고 마음을 어지럽혀드렸다. 용서를 빈다"고도 했다.

정 후보자 사퇴는 지난달 13일 지명 이후 33일 만에 이뤄졌다. 그동안 제기됐던 음주운전 이력, 이념편향 논란에 청문회 위증, 폭탄주 회식까지 악재가 잇따라 겹치면서 문턱을 넘지 못했다. 정 후보자에 대한 야당의 반대 기류는 새정치민주연합 원내지도부가 지난 10일 청와대 회동에서 박 대통령에게 직접 지명 철회를 건의할 정도로 부정적이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열린 청문회에서 '거짓말' 논란에 폭탄주 회식까지 알려지면서 정 후보자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청와대와 여권에서 "어렵다"는 분위기가 퍼진 것도 이때였다.

◇반전 또 반전, 청와대 급선회=그러나 정 후보자 거취 문제는 하루 사이에 계속 뒤바뀌는 반전의 연속이었다. 우선 박 대통령이 전날 국회에 정 후보자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송부를 재요청하면서 임명 강행 쪽으로 기우는 듯했다. 박 대통령이 김명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 지명을 직접 철회한 것과 극명하게 대조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잦아들지 않는 비판 여론과 야당의 강력 반발, 여권의 곱지 않은 시선은 결국 다시 상황을 급반전시켰다. 야당이 정 후보자와 관련해 추가 폭로를 할 것이라는 설이 그의 낙마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시각도 있다. 새정치연합 박영선 원내대표는 오전 한 라디오 방송에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들에게 제보가 들어온 여러 사안이 있는데, '입에 담기조차 싫은 내용'이라고 얘기하는 것을 들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도 막판까지 여론과 당심을 청와대에 전달했다고 한다. 여권 관계자는 "청와대 내부에서 오전 사이에 많은 기류 변화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박 대통령은 여러 상황을 감안해 모처럼 조성된 야당과의 소통 분위기가 깨지는 것을 막고, 새누리당 지도부에도 정치적 부담을 줄여주는 차원에서 정 후보자 자진사퇴를 유도한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지도부도 정 후보자의 사퇴 분위기를 사전에 감지하지 못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오전 연석회의 중 사퇴 결정 사실을 쪽지로 전달받았다.

◇1기 내각 4명, 2기 내각도 4명 사퇴 기록=박 대통령은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는 공식 임명했다. 그러나 장관 후보자 7명 중 2명의 사퇴로 2기 내각은 시작부터 삐걱거리며 출범하게 됐다. 1기 내각에 이어 2기 내각에서도 연달아 공직자들이 하차하면서 거듭된 인사 실패 부담은 다시 청와대가 지게 됐다.

특히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내각에서 여러 의혹과 논란 끝에 지명철회 또는 자진사퇴한 장관급 이상 후보자는 모두 8명으로 늘어났다. 2기 내각에선 안대희·문창극 총리 후보자에 이어 김명수·정성근 장관 후보자가 낙마했다. 앞서 1기 내각에선 김용준 총리 후보자, 김종훈·김병관 장관 후보자,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등 장관급 이상 4명이 사퇴한 바 있다. 야당은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의 책임을 다시 거론하고 있다.

한편으론 정 후보자의 자진사퇴로 최악의 '정국 급랭' 상황은 막았다는 견해도 있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두 후보자 낙마로 결과적으로 야당 요구를 받아들였고, 여당 의견도 반영한 셈이 됐다.

조현재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은 지난주 사표를 제출, 15일 수리됐다. 조 전 차관은 한국체육대학교 총장 공모에 응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