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이혼하면 미래에 받게 될 퇴직금이나 퇴직연금도 현재 재산 분할에 포함돼야 한다고 대법원이 판결했다. 아직 받지 못한 퇴직금은 나누지 않아도 된다는 기존 판례가 20여년 만에 변경된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양승태 대법원장)는 16일 교사 A씨(44)가 연구원 남편 B씨(44)를 상대로 낸 이혼 및 재산 분할 소송 상고심에서 "퇴직금은 임금의 후불적 성격을 갖고 있고, 부부 쌍방의 협력으로 이룬 재산인 만큼 이혼할 때도 분할해야 한다"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이 제시한 퇴직금 기준은 이혼 소송 항소심 변론이 끝난 시점에 퇴직할 경우 받는 퇴직금이다. 대법원은 부부 한쪽이 퇴직해 연금을 받는 경우 그가 앞으로 받게 될 연금도 재산 분할에 포함된다고 판결했다.
1997년 혼인한 A씨는 2010년 남편의 외도 등을 이유로 이혼 소송을 냈다. 1, 2심 재판부는 이혼을 인정하면서 재산을 A씨 40%, B씨 60% 비율로 나누라고 판결했다. B씨는 항소심에서 A씨가 장래에 받을 퇴직금도 재산 분할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미 받은 퇴직금은 분할 대상이지만 미래 퇴직금은 분할 대상이 아니다'는 1995년 판례에 따른 것이었다. A씨의 예상 퇴직금은 1억1000만원, B씨의 퇴직금은 4000만원이었다. B씨는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고, 대법원은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
대법원의 판례 변경은 고령화사회로 접어들면서 퇴직금과 퇴직연금이 갖게 된 중요성을 감안한 것으로 해석된다. 퇴직금이 재산에 큰 부분을 차지하는 점을 고려할 때 재산 분할 대상에 퇴직금을 포함시키지 않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지급이 불확실하다는 이유로 퇴직금을 제외하면 이혼 전 퇴직한 경우와 현저한 차이가 발생해 불공평하다"고 밝혔다. 대법원 판례 변경에 따라 하급심에서도 퇴직금과 퇴직연금을 재산 분할 대상으로 인정하는 판결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미래의 퇴직금도 이혼할땐 나눠야”… 대법 “쌍방이 이룬 재산” 20년 만에 판례 뒤집어
입력 2014-07-17 0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