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되겠다. 내가 책임질 테니 그냥 다 태우세요.”
16일 오전 7시10분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이매촌한신 버스정류장. 발을 동동 구르는 승객들을 지켜보던 임성만 성남시 대중교통과장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이같이 말했다. 승객들의 광역버스 입석 승차를 막은 지 2시간 만이었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광역버스에 타고 서서 가지 못하도록 전면 좌석제가 이날 처음 시행됐다. 수요를 예측해 운행 버스를 늘렸지만 마음 급한 승객들과 버스회사 직원 간 실랑이로 정류장마다 혼선이 빚어졌다. 교통 상황과 승객 현황을 고려한 보완책이 함께 실시되지 않으면 혼잡만 가중시킬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이매촌한신 정류장은 성남시의 거점 정류장 중 하나다. 오전 5시10분 첫차부터 9001번 9401번 등 13개 노선의 광역버스가 이곳을 지나 서울로 승객을 실어 나른다. 성남시는 전면 좌석제에 대비해 전세버스 5대를 투입, M4102번 버스를 증차했고 다른 노선은 차량 운행 간격을 좁혔다. 그러나 출근전쟁을 치르는 승객들의 혼란을 막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오전 6시50분쯤부터 버스들이 하나둘 ‘만차’ 표지판을 달고 정류장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좌석이 다 찼다는 뜻이다. 이를 무시하고 버스에 올라타려는 승객들을 버스회사 직원들이 달라붙어 제지했다. 마음 급한 승객들의 얼굴이 찌푸려지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출근시간에 늦었는데 뭐하는 짓이냐”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현장 점검을 위해 정류장에 나와 있던 성남시 공무원들의 얼굴에도 초조한 기색이 스쳤다.
정류장에서 대기하는 승객이 곧 30여명으로 불어났다. 저 멀리서 버스가 다가올 때마다 승객들이 자리가 있는지 확인하려고 차도로 내려가 달리는 등 위험한 상황이 연출됐다.
오전 7시. 경기도 광주에서 온 1151번 버스가 입석 승객 10여명을 태운 채로 정류장에 진입하자 시민들의 혼란이 극에 달했다. 버스회사 직원이 “지하철역이 없는 광주에서 타고 와서 고속도로 구간을 지나가기 전에 내릴 사람들”이라고 설명했지만 성난 승객들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승객 임모(51)씨가 “내릴 거면 여기서 내리라고 하라”며 소리를 질렀다. 일부 승객은 직원들을 몸으로 밀치고 억지로 버스에 탔다. “제발 태워 달라”며 사정하는 승객도 있었다. 실랑이가 길어지면서 1151번 버스가 출발하지 못하자 뒤로 다른 버스들이 길게 줄을 섰다. 뒤차 경적 소리와 승객들의 고성이 섞여 정류장은 순식간에 난장판이 됐다.
출근 버스를 기다리던 임수리(37·여)씨는 “증차했다고는 하지만 체감하는 버스 대수는 확연히 부족하다”면서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무작정 실시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결국 임 과장이 나서서 입석 승차를 허용토록 지시하면서 상황이 마무리됐다. 임 과장은 “우선 시민들이 제 시간에 출근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는 이날부터 한 달간 계도기간을 거쳐 다음달 중순부터 입석 운행을 집중 단속할 예정이다. 승객을 입석으로 태웠다가 적발되면 버스회사에 1차 적발 시 10일, 2차 20일, 3차 30일 등의 사업정지 조치가 내려지고 60만원 과징금이 부과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증차와 노선 조정을 해서 승객 불편을 최소화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정부경 선정수 윤성민 기자 vicky@kmib.co.kr
[르포] 만차 버스 그냥 지나가자 아우성… 2시간 만에 “다 태워”
입력 2014-07-17 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