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이 한국교회에 주는 메시지는 무엇일까요.’
20명이 넘는 개신교 신학자들과 목회자들은 이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자성’ ‘갱신’ ‘말씀’ ‘배움’ ‘섬김’ 등의 키워드를 내놨다. 대부분은 교황 방한에 따른 교세 위축을 우려하면서도 개신교 공동체가 자성하며 새로워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또 개신교가 지닌 성경과 복음의 진리를 굳게 붙들어야 한다는 입장도 확고했다.
◇‘오직 성경으로’ 루터 정신 회복해야=16세기 초 면죄부를 팔던 가톨릭 신부는 이렇게 외치고 다녔다. “헌금이 상자 속에서 ‘찰랑’ 하고 소리를 내는 순간 죽은 자의 영혼은 연옥에서 뛰쳐나올 것입니다.” 무명의 신학자였던 마르틴 루터(1483∼1546)가 ‘95개조 반박문’을 내걸고 로마가톨릭에 반기를 들 수밖에 없었던 것은 극에 달한 가톨릭의 타락과 부패상 때문이었다.
루터가 주창한 개혁주의적 신앙관의 핵심은 ‘오직 성경’ ‘오직 믿음’ ‘오직 은혜’에 바탕을 두고 있다. 하지만 종교개혁 이후 50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난 오늘날 한국 개신교는 이를 제대로 계승하고 있다고 자부할 수 있을까.
정종성 백석대 교수는 16일 “교권·금권·세 과시에 혈안인 오늘날 한국교회는 루터가 비판한 당시 교회의 모습을 답습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러한 지적은 교계 지도자의 고백으로도 이어진다.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장을 지낸 박원근(서울 이수교회) 원로목사는 자서전에서 복음이 뒷전으로 밀린 한국교회의 현실을 질타했다.
“40년 목회를 하면서 기괴한 현상을 발견했다. 교회가 세상을 변화시킨 것이 아니라, 세상이 교회를 변화시켜 버린 것이다. (중략) 교회 주인은 하나님이 아니라 인간이다. 하나님을 섬기는 것이 아니라 ‘돈’ ‘성공주의’ ‘성장주의’ ‘나’라는 우상을 섬기고 있다.”
올 초 방한한 기독교 석학 레너드 스위트(미국 드루대) 교수는 성도들을 향해 “교회의 생명은 ‘오직 성경’에서 나오며, 구원은 ‘오직 은혜’와 ‘오직 믿음’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그리고 우리 삶의 목표는 ‘오직 하나님께 영광을 드리는 것’이어야 한다”고 루터 정신의 회복을 촉구했다.
한국칼빈주의연구원 정성구 원장은 “일부 목회자들은 가톨릭이 개신교의 ‘큰집’인 것처럼 말하지만, 성경의 본질과 초대 교부들의 신앙을 강조한다는 측면에서는 오히려 프로테스탄트교회(개신교)가 본류”라며 “목회자와 성도들은 성경 말씀과 성령으로 바로 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톨릭 제대로 파악해야=“목회자나 성도들이나 그저 막연하게 알고 있을 뿐입니다.” 가톨릭 신부였다가 개신교 목회자로 변신한 정모(62) 목사의 얘기다. 올해로 목사 안수를 받은 지 20년째인 그는 “개신교인 대부분이 가톨릭에 대해 정확하게 모르고 있다”면서 “신학·교리적인 차이뿐 아니라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바뀌고 있는 가톨릭에 대해 연구하고 배울 점은 배워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는 영성 등 개인의 신앙성장은 물론 가톨릭과의 관계 설정에 있어서도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1962년부터 65년까지 이뤄진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바티칸은 ‘건물 안의 종교’에서 벗어나 교회 밖으로 활동 폭을 넓히는 등 점진적으로 내부 개혁·쇄신작업을 진행 중이다. 최근 아동 성추행과 부패 의혹으로 최악의 곤경에 처했지만 정면 대처함으로써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 하고 있다.
개신교와 가톨릭의 다른 점과 같은 점을 성도들에게 제대로 알려서 전도에 활용토록 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침례신학대 신학대학원장 이형원 교수는 “교황이 오면 개신교와 가톨릭의 유사점과 차이점에 대해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며 “제대로 답할 수 있으면 개신교 전도에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본보 7월 16일자 26면 참고).
신학자들은 교황 방한을 계기로 섬김 등 교회 본연의 역할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한다고 권면했다.
케리그마신학연구원 김재진 원장은 “섬김의 본으로 주목받고 있는 교황의 모습은 교황 개인의 리더십이라기보다는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자로서 마땅히 해야 할 덕목”이라며 “성경 말씀에 대한 순종과 실천의 삶을 이어가자”고 말했다. 서창원 총신대 교수는 “각자 위치에서 각자의 역할에 충실함으로써 주님의 능력을 드러내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별취재팀=송세영 유영대 전병선 박재찬 신상목 백상현 박지훈 이사야 진삼열 양민경 신은정 기자
[한국교회, 위기를 넘어 희망으로-2부·끝] (5) 루터로 돌아가자
입력 2014-07-17 02: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