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감찰본부(본부장 이준호)는 피살된 재력가 송모(67)씨의 뇌물장부인 ‘매일기록부’에 등장한 현직 검사에 대한 수사에 본격 착수했다. 제기된 모든 의혹을 빠짐없이 확인한다는 방침이지만 금품 제공자인 송씨가 사망해 수사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준호 감찰본부장은 16일 “현직 검사에 대한 공식수사에 착수했으며 제기된 의혹을 원점부터 살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진태 검찰총장이 전날 저녁 대검 감찰본부에 직접 수사를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감찰본부가 수사에 착수함에 따라 수도권에 근무하는 A부부장검사의 신분은 피의자로 전환됐다. 송씨가 작성한 매일기록부에는 A검사의 이름이 2005년부터 2011년까지 10차례 등장하며 모두 1780만원을 받은 것으로 기록돼 있다. 감찰본부는 송씨 피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으로부터 수천 쪽에 달하는 A검사 관련 기록을 넘겨받아 검토 작업에 들어갔다. 수사에는 대검 감찰1과 소속 검사 5명 중 4명이 투입됐다.
검찰은 A검사에 뇌물죄를 적용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 현재 뇌물죄 공소시효는 7년으로 2007년 이후 금품 수수 혐의는 시효를 넘기지 않았다. 하지만 금품을 건넨 송씨가 사망한 상태라 수사가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 우선 매일기록부의 신빙성을 입증해야 한다. ‘누군가의 강압에 의해서 허위로 작성한 것이 아니다’는 본인의 진술이 필요하지만 송씨는 이미 사망했다. 검찰은 송씨 아들 등 주변인물 조사를 통해 이를 입증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매일기록부에서 A검사 등의 이름이 삭제된 경위도 밝혀내야 한다. 감찰본부는 관련자들의 이름을 지웠다고 알려진 송씨 유족 등에 대한 조사를 통해 A검사 등 이름이 지워진 당사자들의 삭제 요청이 있었는지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실제 A검사에게 돈이 전달됐는지, 전달된 돈의 대가성이 있었는지도 규명해야 한다. 현재 A검사는 “함께 식사한 적은 있어도 금품을 받은 적은 없다”고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본부장은 “송씨와 A검사의 계좌추적, 통신내역 확인 등 필요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A검사는 2003∼2005년 송씨가 활동한 강서구를 관할하는 서울남부지검에서 근무한 바 있다. A검사가 송씨 관련 사건에 개입한 정황 등을 밝혀내지 못하면 A검사를 형사처벌하기 어려워진다. 검사징계법에 따른 내부 징계를 내리는 선에서 사건이 마무리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브로커·해결사 이어… 또 검사 스캔들?
입력 2014-07-17 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