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이슈] “캘리포니아 6개주로 쪼개자”… 美 분할론 시끌

입력 2014-07-17 02:22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주는 미국인들이 자국 내에서 가장 살고 싶어하는 곳이다. 그런 선망의 대상이던 이 주가 요즘 ‘6개주 분할론’ 때문에 시끌벅적하다.

현지 비영리시민단체 ‘6개의 캘리포니아’는 15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11월 중간선거 때 캘리포니아주를 6개의 새로운 주로 분할하는 안에 대한 국민투표를 실시하자는 청원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WP)는 청원에 필요한 80만명 이상의 서명이 이미 확보됐으며 조만간 주정부에 제출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들이 주를 분할하겠다고 나선 표면적 이유는 제대로 된 민의를 대변하기 위해서다. 캘리포니아는 인구가 3830만명이지만, 58만명의 와이오밍주와 마찬가지로 상원의원 숫자는 2명에 불과하다. 같은 캘리포니아 안에서도 지역적 특색이 전부 다른데 2명만으로 주민의 뜻을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논리다. 아울러 덩치가 너무 커 주행정이 제대로 미치지 못하는 부분도 많다고 지적한다. 분할안은 길쭉한 캘리포니아를 위에서부터 아래로 차례대로 제퍼슨주, 북캘리포니아주, 중부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주, 서캘리포니아주, 남캘리포니아주로 나누는 것이다.

하지만 외신들은 부자 도시는 더욱 더 풍요로운 곳으로, 가난한 도시는 더욱 쇠락의 길로 빠뜨리는 안이라고 꼬집었다. 가령 실리콘밸리주는 1인당 평균 연봉이 6만8365달러(7500만원)가 되지만 제퍼슨주나 중부캘리포니아주는 각각 3만7277달러(3840만원), 3만9852달러(4110만원)에 그치게 된다. 그만큼 실리콘밸리 주정부는 풍족한 예산을 자신들만을 위해 쓸 수 있는 반면 나머지 주는 힘겹게 살림을 꾸려나가야 한다. 결국 실리콘밸리주에 가장 큰 혜택을 주는 분할안인 셈이다.

분리추진 시민단체를 후원한 팀 드레이퍼도 실리콘밸리의 유명 벤처투자자다. 그는 핫메일(Hotmail)과 트위터, 전기차 업체 테슬라, 온라인 전화업체 스카이프에 투자해 엄청난 돈을 벌었고, 최근 1년간 분리안이 성사될 수 있도록 500만 달러(51억원)를 지원했다. 아울러 이들 단체는 자신들만의 상원의원을 뽑아 정치적으로 실리콘밸리의 이익을 대변하고 싶은 욕구도 있다고 외신은 분석했다.

때문에 이에 반발하는 ‘하나의 캘리포니아’ 캠페인이 전개되고 있고, 다른 주들도 상원의원을 10명이나 더 배출하는 분리안에 부정적인 태도를 나타내고 있다. 설사 캘리포니아주에서 국민투표가 통과되더라도 연방의회의 인준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실제 분리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