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 취임했다. 최 부총리의 취임 일성은 "다함께 잘사는 활기찬 경제"였다. '성장론자'라는 세간의 평가와 달리 취임식과 기자간담회에서 성장과 함께 분배에도 무게를 두는 듯한 발언을 쏟아냈다. 성장 일방주의로 흐르던 정부 정책 기조를 변화시키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다음주로 예정된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보면 '최경환호'가 성장과 분배의 균형추를 얼마나 맞춰나갈지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 부총리는 현 경제 상황을 '비정상'이라고 평가했다. 가계가 저축을 하고 기업이 이를 적절히 활용해 이윤을 내서 다시 가계에 돌려주는 것이 정상인데, 지금은 기업이 저축하고 가계가 돈을 빌려 쓰는 정반대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는 취임사에서도 "'기업이 잘되면 경제도 잘 굴러가겠지'하는 기존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기업의 성과가 일자리와 근로소득을 통해 가계로 원활히 흘러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장과 분배 중 어느 것을 정책 우선순위로 두느냐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논쟁처럼 정답이 없다. 정부는 그러나 출범 이후 줄곧 '선(先)성장, 후(後)분배' 원칙을 고수해 왔다. 분배정의 문제를 제기할 때마다 정부는 "나눠줄 파이가 없는데 우선 파이를 키워야 하지 않겠느냐"는 논리를 폈다. 이러는 사이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작은 파이'는 기업이 독점하다시피 했다. 1997∼2012년 기업의 처분가능소득 연평균 증가율은 9.4%로 가계(5.5%)보다 배 가까이 높았다.
최 부총리는 이러한 성장 위주의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한 정책을 구사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500조원 이상 쌓여 있는 사내유보금을 가계소득 증대의 캐시카우(cash cow·현금창출원)로 활용할 뜻을 내비쳤다.
그는 그러나 "소득은 누가 뭐라 해도 기업이 창출해야 한다"고 기업을 압박했지만 '어떻게'라는 구체적 방안은 제시하지 못했다. 당장 사내유보금 과세 방침에 대기업은 환율 하락으로 어려움에 처한 상황에서 무리한 정책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대기업들이 글로벌화됐기 때문에 사내유보금 과세가 해외 자회사 등을 통한 국부유출로 이어질까 고민"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지난해 경제민주화 정책처럼 '다함께 잘사는 정책'이 용두사미가 될 수도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포퓰리즘 정치인의 립 서비스라는 박한 평가도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최 부총리가 가계소득 증대 방안을 위해 발상의 전환을 주문하고 있다"며 "다음주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최경환號, 성장·분배 다 잡기 “기업 성과, 근로소득 통해 가계로 흘러가야”
입력 2014-07-17 0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