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방산 정보 빼돌리고 군용기 私用하는 軍이라니

입력 2014-07-17 02:30
박근혜 대통령은 16일 “최근 북한은 한치 앞을 예측하기 어려운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며 “만에 하나 도발이 발생하면 초전에 강력하게 응징해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전군 주요지휘관회의를 마친 군 지휘관 140여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한 자리에서였다. 박 대통령은 그러나 국민들의 군에 대한 불신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에 대해서는 지적하지 않았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취임한 뒤 처음으로 소집된 전군 주요지휘관회의에 참석한 장성들을 격려하는 모임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한 장관은 이날 오전 회의에서 “우리 군은 현재 총체적 위기에 처해 있다”면서 “특단의 쇄신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고 강도 높게 주문했다. 국민들은 우리 군을 ‘정직하지 않은 군대’ ‘기강이 해이해진 군대’ ‘작전태세가 미흡한 군대’로 평가하고 있다는 말도 했다. 이에 따라 ‘강력한 국방 혁신’ 없이는 국민들의 군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군이 이러한 상황에 이르는 동안 드러난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북한 무인기 침투, GOP 총기 사고, 적 군사분계선(MDL) 월선 사건, 군사기밀 누출 등. 무엇보다 국방부 영관급 장교들이 무기중개상으로부터 ‘미인계’ 등 향응 접대를 받고 육해공군 방위력 개선사업 군사기밀 31건을 넘겨준 사건은 오랫동안 지속돼온 구조적 비리를 잘 보여준다. 소위 ‘획득업무’로 불리는 무기 거래를 둘러싸고는 현역 때 관련 분야에서 일한 장교들이 외국 무기 업체에 취업한 뒤 로비스트로 활동해 왔다.

이러한 과정에서 현역과 예비역 장교들이 ‘악어와 악어새’의 끈끈한 공생관계가 구축됐다. 이러다 보니 방위력 개선사업 비밀이 담긴 합동참모회의 회의록을 통째로 복사해 넘기는 어이없는 일까지 벌어졌다. 검찰 수사로 적발된 이번 사건은 무기 도입을 둘러싼 검은 거래의 일부일 뿐이다. 정부는 이번 기회에 방위력 개선사업과 관련한 구조적 병폐에 단호하게 칼을 들이대야 한다.

공군은 작전에 투입해야 할 군용 수송기를 제주도 가족 휴가에 동원해 오다 감사원 감사에 걸렸다. 지난해만 해도 제주도로 휴가를 가는 장병, 군무원 및 가족 1만414명과 출장자 등을 수송하는 데 106회나 수송기를 띄웠다. 이에 소요된 연료비는 7억원이나 됐다.

이처럼 군내 기강해이 현상은 도처에 자리 잡고 있다. 한 장관이 취임에 맞춰 들고 나온 ‘강력한 국방 혁신’은 군인인지 민간인인지 구분이 안 되는 흐트러진 의식을 바로잡는 일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수십년 동안 전쟁을 경험하지 않은 우리 군대는 지금 관료화라는 내부의 적을 마주하고 있다. 이 문제는 동북아 정세가 갈수록 엄중해지고 있는 상황인 만큼 더욱 두드러져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