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담보대출인정비율(LTV)뿐 아니라 총부채상환비율(DTI)도 함께 완화하기로 하는 등 부동산 활성화를 통한 내수 살리기에 전력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6일 취임 첫날 기자간담회에서 “관계부처와 협의를 거쳐 LTV와 DTI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소비 회복과 경제심리와 직결된 부동산 시장의 불을 지펴 경기 회복에 나서겠다는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가 그대로 읽히는 대목이다.
구체적인 내용이야 금융 당국과 협의를 거쳐 확정되겠지만 골자는 은행·보험 등 제1금융권과 저축은행 같은 제2금융권 등 업권별 차등, 수도권과 지방에 따른 지역별 차등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점진적으로 LTV·DTI를 폐지하는 방안도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지는 등 정부가 부동산 대출 규제 철폐에 주력하는 분위기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번 규제 완화가 주택 구매심리를 자극하는 모멘텀이 돼 전반적으로 주택시장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소형 주택보다는 서울 강남권 고가주택이나 재건축 아파트 등 부동산 시장을 견인할 수 있는 지역의 집을 사려는 사람들이 늘 것으로 전망한다. 무엇보다 DTI를 완화함으로써 소득이 낮은 사람도 집을 살 수 있는 여력이 생겨 오는 8, 9월 시작되는 가을 이사 수요부터 전체적인 거래량이 늘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공격적인 부동산 정책을 기조로 침체된 한국경제의 불씨를 살린다는 측면에서 최경환 경제팀의 방향이 틀린 것은 아니다. 더욱이 최 부총리가 기자간담회에서 설명한 대로 고금리인 제2금융권 대출을 안정적인 제1금융권 대출로 유도함으로써 전체적으로 대출의 질과 구조를 개선시킬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그러나 경제를 살리기 위해 부동산 살리기에 올인하는 듯한 스탠스는 납득하기 어렵다. 최 경제팀의 정책이 일시적인 주택 구입 수요 증가로 이어져 반짝 부양 효과는 있겠지만 전체적인 부동산 경기 활황을 통한 경기 부양으로 확산될지는 의문이다. 부동산 시장 부양의 관건인 수요 회복 전망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현재의 주택경기 흐름, 고용 조건이나 실질소득, 금리 문제 등을 따져볼 때 투자심리가 냉각된 데다 구매력까지 악화된 상황이라 대출 규제 완화가 미봉책에 그칠 것이란 지적이 많다.
이런 현실에서 LTV와 DTI를 조율하는 수준을 넘어 사실상 부동산 대출 규제의 빗장을 풀겠다는 것은 지난 3월 말 현재 1025조원이라는 천문학적 규모의 가계부채를 늘리는 역효과만 드러낼 가능성이 크다. 특히 현재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상당 부분은 생활비나 사업자금으로 쓰이고 있는 실정을 감안하면 폭탄의 뇌관을 건드리는 폭발성을 배제할 수 없다. 최 경제팀은 자꾸 빚내서 집 사라고 할 것이 아니라 비정규직 문제 해결, 가처분소득 증대, 사내유보금 활용 방안 등 부동산 시장을 진작시킬 수 있는 기반 조성에 더욱 전력을 기울여야겠다.
[사설] 부동산 경기 살리기에만 정책이 쏠려서야
입력 2014-07-17 0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