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만들수록 손해… 그래도 멈추지 않는 ‘착한 기업’

입력 2014-07-17 03:52
인구보건복지협회 주최로 충남 예산군 덕산면 리솜스파캐슬에서 지난해 열린 ‘제13회 PKU(페닐케톤뇨증) 환자들을 위한 가족캠프’에서 참가자들이 1박2일 일정을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매일유업 제공
“생산할수록 손해를 보는데도 우리 아이들을 위해 제품을 만들어주는 기업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PKU(페닐케톤뇨증) 환아 부모회 정혜진(44·여) 회장은 17∼18일 충남 예산군 덕산면에서 인구보건복지협회 주최로 열리는 ‘제14회 PKU 환자들을 위한 가족캠프’ 준비로 구슬땀을 흘리는 와중에도 감사의 말을 잊지 않았다.

PKU는 국내에서 400여명이 앓고 있는 선천성 대사이상 증후군이다. 페닐알라닌 대사 효소가 선천적으로 결핍돼 방치하면 지능발달 장애가 일어나고 심하면 목숨까지 잃을 수 있다. PKU 환아들은 모유는 물론 밥 등 음식을 마음대로 먹지 못한다.

정 회장은 PKU로 고생하는 딸(17·고1)을 키우고 있다. 그는 16일 “딸이 어렸을 때는 PKU 우유나 저단백밥이 없어 비싼 수입품을 먹어야 했다”고 말했다. 지금은 국내 회사에서 PKU 등 선천성 대사이상 증후군 환자들을 위한 우유와 저단백밥을 생산하고 있다. 가격은 수입품의 4분의 1∼5분의 1 수준이다.

PKU 등 선천성 대사이상 증후군 환아들을 위한 우유는 매일유업에서 생산하고 있다. 1999년부터 PKU 분유를 비롯해 8종의 특수 분유(사진)를 생산한다. 특수 분유는 제품별로 제한해야 하는 아미노산이 달라 생산설비를 세척하는 데만 종류별로 4∼5시간 걸릴 만큼 공정이 까다롭다. 라인 생산량이 최소 2만개여서 판매 수량인 2500여개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폐기처분해야 된다. 매일유업 김정완 대표이사는 “지금까지 수억원의 손실이 있고, 만들수록 손해를 보지만 아이들의 건강이 우선돼야 한다”면서 “선친(김복용 전 회장)의 유업이기도 해 힘닿는 한 계속 만들 것”이라고 다짐했다.

저단백질 밥은 CJ제일제당이 2009년부터 ‘햇반 저단백밥’ 상표로 생산·판매 중이다. PKU 질환을 앓고 있는 자녀를 둔 사내 직원의 건의로 연구를 시작했다. 이 제품은 일반 햇반(쌀밥)에 비해 단백질 함유량이 10분의 1밖에 안 된다. 제품 개발에 투자한 비용은 약 8억원이나 되지만 연간 매출액은 5000만원 미만이다. 이윤과 수익성만을 생각했다면 개발할 이유가 없는 제품이다. CJ제일제당 김병규 햇반팀장은 “앞으로 다양한 기업에서 사회의 소외된 이들을 위한 먹거리들이 나오기를 기대한다”며 “외국에선 저단백 과자, 저단백 스파게티, 저단백 빵 등 다양한 가공식품이 있어 몸이 아픈 아이들도 안심하고 음식을 즐길 수 있도록 사회가 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