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사람들 꿈을 위해 한글 교실 세워요”

입력 2014-07-17 02:28
15일(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 북부 빈민지역인 퀘존시티 마프란에서 명성선교회 회원과 지역주민들이 ‘한글교실 기공예배’를 가진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명성선교회가 15일필리핀 마닐라 북부 빈민지역 마프란에서 개최한 부흥회에서 참석 아이들이 즐거운 표정을 짓고 있다.
제9호 태풍 ‘람마순’ 때문에 각급 학교에 휴교령이 내려진 15일(현지시간) 필리핀 수도 마닐라 북부의 빈민촌인 퀘존시티 마프란 마을. 김광섭(61) 이한나(59) 선교사 부부가 세운 마프란 교회 옆 공터에서 마을 주민들이 노래하고 춤추며 명성선교회(회장 박종보 장로) 단기 선교팀을 환영했다.

한국에서 온 기독교인들은 이날 이곳 주민들을 위한 ‘한글교실 기공예배’를 드렸다. 김 선교사는 인사말에서 “태풍이 온다고 해서 걱정했는데, 한국교회에서 한글교실을 열어주고 중보기도를 해주시니 이제 성령의 바람이 불 것 같다”고 말했다.

내년 2월 준공 예정인 한글교실은 대지 990㎡에 건물 5개 동이 들어선다. 한글은 물론 성경말씀도 가르치며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과 복음을 전한다. 이곳 젊은이들은 ‘코리안 드림’을 이루기 위해 한글을 배운다. 한국에 가서 일하거나, 유학하거나 한국 남자와 국제결혼을 하기 위해 한글을 배우기도 한다.

김 선교사는 특히 한국어와 K팝, 드라마 등 필리핀의 ‘한류열풍’에 대해 “과거 우리가 서양 언어와 문화를 선호하던 모습을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어시험을 보는 날엔 온 나라가 떠들썩해진다. 한국어를 배워 인생역전의 기회를 마련하겠다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김 선교사 부부는 1993년부터 필리핀 빈민촌을 상대로 선교활동을 벌이고 있다. 필리핀은 한때 우리보다 잘살았던 나라였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김 선교사 부부가 사역하는 지역은 특히 더 열악하다. 주민들은 퀴퀴한 냄새가 배어 있는 판자촌에 살며 식량과 식수 부족으로 고통 받고 있다. 일자리가 없어 가난은 대물림되기 일쑤다.

김 선교사 부부는 이곳에 교회 네 곳과 무료 유치원 세 곳, 태권도교육센터 한 곳을 세웠다. 영어와 한국어, 타갈로그어 등 3개 언어로 매주 13회 예배를 드리고 가난한 이들에게 음식을 제공한다. 신학을 가르치고 장학금도 지원한다. 현지인 중에는 신학을 공부해 교회학교 교사나 목회자가 된 이들도 있다.

김 선교사 부부의 선교구호는 ‘두 사람이 합심해 하나님께 구하면 된다’(마 18:19)이다. 김 선교사는 “처음에는 고마워할 줄도 모르던 주민들이 스스로 팔을 걷어붙이고 교회봉사를 하겠다고 나섰을 때 가장 감격스러웠다”고 말했다.

김 선교사는 서울 상일여중고 체육교사 출신으로 뒤늦게 신학을 공부했다. 10여년 운영한 태권도선교 프로그램을 통해 3690명이 결신했다, 3년간 무료유치원을 운영하면서 학부형 전도 프로그램을 통해 290여명을 전도했다. 하지만 가톨릭 세가 강한 이곳에서 그리스도의 참된 복음을 전하기엔 아직 역부족이라고 김 선교사는 토로했다.

3년간 매년 이곳을 방문한 명성선교회 대표 박종보(79) 장로 일행은 한글교실 건축비 후원을 약속했다. 대전임마누엘기도원장 박명자 목사 등 회원 750여명에게 협조공문을 보낼 예정이다.

2000년에 설립된 명성선교회는 중국 칭다오에 합작공장을 세우고 가난한 학생들을 위해 6년간 중국어와 한글성경을 무료로 가르치고 있다. 박 장로는 “필리핀인들의 꿈과 희망이 될 한글교실 건립에 한국교회와 성도의 많은 기도와 관심, 후원을 부탁한다”고 말했다(02-3297-3715·msmission.or.kr).

마닐라=글·사진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