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축구에서 감독의 역할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감독의 축구철학과 작전, 용병술에 따라 팀의 전력이 달라진다. 브라질월드컵은 감독의 역량이 승패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확실히 보여 준 대회였다.
브라질월드컵에서 가장 돋보이는 지략을 펼쳐 보인 감독은 독일의 요아힘 뢰브(54)다. 뢰브 감독은 2004년 수석코치로 독일 대표팀에 합류했다. 이후 10년 동안 분데스리가와 유소년 시스템을 바탕으로 독일 축구를 업그레이드했다. 그는 독일 특유의 선 굵은 축구에 스페인식 ‘티키타카(탁구공이 오가듯 짧은 패스를 통한 점유율 축구)’를 접목해 새로운 스타일의 축구를 완성시켰다.
2006 독일월드컵 직후 독일 대표팀 사령탑으로 부임한 뢰브 감독은 유로 2008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이어 2010 남아공월드컵과 유로 2012에서도 독일을 4강에 진출시켰다. 그는 브라질월드컵에서 제로톱, 원톱, 스리톱 등 다양한 전술을 구사하며 24년 만에 독일에 우승컵을 안겼다.
네덜란드의 루이스 판 할(63) 감독도 빼어난 용병술로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는 포백과 스리백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면서 ‘무적함대’ 스페인을 5대 1로 침몰시키는 파란을 연출했다. 우승 후보는 아니라는 평가를 받은 네덜란드는 판 할 감독의 지도력을 앞세워 당당히 3위에 올랐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그를 차기 감독으로 선임한 데엔 이유가 있었다.
코스타리카의 호르헤 루이스 핀투(62) 감독도 이번 월드컵을 통해 자신의 주가를 끌어올렸다. 남미에서 30년째 지도자 생활을 하며 산전수전을 다 겪은 그는 조직력 축구로 코스타리카의 8강 드라마를 연출했다. 이밖에 망가져 가던 멕시코를 이끌고 16강에 진출한 미구엘 에레라(46) 감독, 스리백으로 무장해 돌풍을 일으킨 칠레의 호르헤 삼파올리(54) 감독, 포르투갈과 독일 등 강호들을 떨게 만든 미국의 위르겐 클린스만(50) 감독 등도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 줬다.
반면 명성에 걸맞지 않은 초라한 성적을 거두고 고개를 숙인 명장들도 있다. 남아공월드컵에서 ‘티키타카’로 정상에 오른 스페인의 빈센테 델 보스케(64) 감독은 세계축구의 변화를 외면한 탓에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당했다. 2018년 월드컵을 유치한 러시아의 파비오 카펠로(68) 감독은 가장 많은 연봉(약 117억원)을 받았지만 가장 약한 조였던 H조에서 3위에 그쳤다. ‘축구종가’ 잉글랜드의 로이 호지슨(67) 감독은 단 1승도 거두지 못하고 체면을 구겼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진화하는 세계축구-(2) 커지는 감독 역할] 축구철학·작전·용병술… 사령탑 역량 따라 승패 뒤바뀐다
입력 2014-07-17 03: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