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가 침몰한 지 석 달이 지났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는 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건·사고가 빈번한 우리나라에서 세월호 침몰이 국민 모두를 긴 충격 속에 붙들어 놓는 이유 중 하나는 아마도 그 총체적 실패가 아닐까 한다.
이렇게 사고를 내려고 계획을 세워도 과연 가능할까 싶을 정도로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이 어긋났다는 정부 고위 관료의 한탄을 사석에서 들은 적이 있다. 제대로 된 것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사고의 원인을 캐면 캘수록 우리는 더욱 더 실망하고 분노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우리의 대응이, 규정이 지켜지지 않았던 것에 대해, 또는 규정을 지키지 않은 이들에 대해 분노를 표출하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규정과 조직을 정비하는 것으로 끝나서도 안 될 것이다. 그래서는 제2, 제3의 유사한 참사를 피할 수 없다.
세월호 사고를 보면서 우리 기업들의 컴플라이언스(Compliance·준법경영) 제도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컴플라이언스의 핵심은 법과 규정을 알고, 지키며, 그 법과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을 경우 위반 징후와 위반 사항을 조기에 발견해내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다.
그런데 현재 우리 기업들의 컴플라이언스 노력은 법과 규정을 알도록 교육하고 지키라고 권장하는 것에 집중되고 있는 듯하다. 기업 임직원 각자에게 컴플라이언스 의무를 개별적으로 부과하고 기업의 컴플라이언스를 개개인의 노력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느낌이다. 문제는 이 경우 기업의 임직원 숫자만큼 컴플라이언스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의 수가 발생한다는 데 있다. 개개의 임직원들에게 법과 규정을 교육하고 따르도록 하는 것은 컴플라이언스의 시작일 뿐 완성이 될 수는 없다.
컴플라이언스 노력은 위반 징후 조기 발견과 위반사항 교정에 집중되어야 한다. 법과 규정을 알아도, 우리 개개인이 아무리 지키려 해도 의도하지 않은 실수까지 모두 방지될 수는 없기에 더욱더 그러하다.
각 기업에는 컴플라이언스를 담당하는 부서가 존재해야 하며 그 부서에 회사의 최고위층에서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그럴 때 비로소 기업의 생존을 위협하는 위법 행위가 발견되고 교정되고 척결될 수 있게 된다.
기업의 위법 행위에 대한 벌금과 처벌의 기준을 제시하는 미국 연방 양형 가이드라인(Federal Sentencing Guideline) 안에는 효과적인 컴플라이언스 제도를 실행하고 있는 기업들에 대해서는 처벌을 감경해 주는 규정이 있다.
하지만 위반사항 발견과 교정이 불가능한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을 미 법무부의 검사들은 유명무실한 것으로 여긴다. 실효성이 없는 컴플라이언스 제도를 갖춘 기업의 경우 처벌을 낮춰주기는커녕 오히려 공신력 있는 제삼자에게 그 기업의 컴플라이언스 모니터링을 강제하는 경우도 최근의 유죄합의(plea agreement)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가격 담합 등 미국 반독점법 위반 행위에 대한 법무부 형사조사와 미국에서의 민사집단 소송으로 우리 기업들은 지난 20여년 동안 큰 고초를 겪었다. 많은 이들이 조만간 미국의 반부패법(FCPA)으로 인해 우리 기업들이 또 한번 시련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한다. 이러한 경고에 대해 우리 기업들은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가?
배가 침몰되어 무고한 생명들이 희생된 후에야 무엇이 잘못되었는가 뒤돌아보는 과오를 다시는 범하지 말자. 치밀하게 대비해야 한다. 세월호 사고에 즈음하여 제대로 된 컴플라이언스 오피서(compliance officer, 준법감시인) 한 사람의 부재가 아쉽다.
김용상 재미변호사
[기고-김용상] 세월호와 컴플라이언스
입력 2014-07-17 02: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