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발로 끝난 이집트의 이-팔 휴전안

입력 2014-07-16 04:56
이집트가 제안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휴전안이 빛도 못 본채 무위로 돌아갔다. 이에 따라 1주일 넘게 지속된 양측의 교전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은 15일(현지시간) 오전만 해도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주재로 안보내각회의를 열어 이집트의 휴전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정부 관계자들이 전했다. 하지만 거부 의사를 밝힌 하마스가 이날 이스라엘에 로켓 25발을 발사하자 이스라엘도 다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한 공격을 재개했다.

하마스는 휴전에 임하는 이스라엘 정부의 진정성이 부족하고 또 다른 조건이 필요하다며 휴전안을 수용하지 않았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봉쇄 해제, 가자와 이집트를 연결하는 라파 국경 개방, 이스라엘에 수감 중인 팔레스타인 재소자 석방 등의 조건을 내걸었다.

하마스 소속의 무쉬르 알마스리 팔레스타인자치정부 의원은 "하마스가 원하는 조건을 이스라엘이 동의할 때 협상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전에 휴전안을 수용키로 했던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오후 들어 입장을 바꿨다. 그는 "하마스가 로켓 발포를 멈추지 않는다면 우리도 가자지구를 겨냥한 군사행동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전날 로켓 공격을 해 온 골란고원 인근 시리아군 시설 등을 공습해 여성 2명을 포함해 4명이 사망했다. 이어 가자지구에도 최소 4차례 이상 공중 폭격을 가했다.

앞서 이집트 외무부는 14일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그리니치표준시(GMT) 기준 15일 오전 6시를 기해 12시간 내 휴전을 조건 없이 수용할 것을 양측에 제안했다. 휴전안은 양측이 48시간 이내 카이로에서 고위급 회담을 열어 분쟁 상황을 논의하고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물자 반입이 가능하도록 국경을 개방하는 내용이다.

사메 슈크리 이집트 외무장관은 "2012년 11월 발생한 '8일 교전' 때 휴전 합의로 되돌아가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공습으로 지금까지 최소 189명이 숨지며 '8월 교전' 당시 사망자 177명을 이미 넘어섰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