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식 서울시의원 살인교사 사건 피해자인 재력가 송모(67)씨의 '매일기록부'에 현직 검사가 10차례 모두 1780만원의 금품을 받은 것으로 기록된 사실이 확인됐다. 김진태 검찰총장은 수도권의 한 지방검찰청에 근무 중인 이 검사를 대검찰청 감찰본부가 직접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송씨 유족에 뒤통수 맞은 검찰=서울남부지검은 15일 송씨의 금전출납장부인 매일기록부에 A부부장검사가 2005∼2011년 10차례 1780만원을 받은 것으로 기록돼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전날까지도 2차례 300만원뿐이라고 밝혔으나 송씨 유족을 밤샘 조사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서울남부지검 이상호 차장검사는 "유족이 장부 내용 중 A검사를 포함해 자신들에게 불리한 부분을 수정액(일명 화이트)으로 지운 뒤 검찰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A검사의 금품수수 내역이 정리된 장부 말미의 별지도 통째로 삭제해 (검찰이) 14일 잘못된 내용을 발표했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경찰이 사건 현장에서 입수했던 매일기록부를 지난 2일 돌려받아 일부를 삭제한 뒤 3일 저녁 검찰에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송씨는 장부 본문에 A검사 이름을 5차례 기록했다. 별지에는 A검사에게 금품을 제공한 횟수가 9차례로 적혀 있다. 이 중 본문과 별지의 날짜·금액이 동일한 중복 기재 4건을 감안하면 송씨는 A검사에게 2005년 80만원, 100만원, 100만원, 100만원, 200만원 등 5차례 돈을 건넸고 2007년 1월 200만원, 2008년 3월 100만원, 2009년 10월 100만원, 2010년 9월 300만원, 2011년 9월 500만원을 줬다. 모두 10차례 1780만원이다.
유족은 장부 본문에 5차례 적힌 A검사 이름 중 3건을 지우고 1건은 직책만 지웠다. 폐기한 별지에는 돈의 용처가 함께 기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사실은 검찰이 경찰로부터 장부와 별지의 사본을 제출받아 뒤늦게 확인하면서 드러났다. 이에 검찰이 장부를 조사하며 최근 수정액으로 지운 부분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제 식구 감싸기'에 나섰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유족은 A검사를 비롯해 장부에서 모두 19건을 지웠다고 진술했다. 지운 이름은 주로 공무원이거나 송씨의 사생활과 관련된 인물이라고 검찰은 전했다. 유족은 "(송씨와) 가깝게 지내던 사람들 이름이 있어 피해가 갈까봐 알아서 지웠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그러나 당사자들이 지워달라고 부탁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수사할 방침이다.
◇팽씨 "김 의원이 성형수술도 권유"=송씨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팽모(44)씨의 변호인은 이날 검찰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김 의원이 범행을 감추려고 팽씨에게 성형수술까지 권유했다"며 진술을 번복할 뜻이 없다고 밝혔다. 변호인은 "팽씨가 중국으로 도피했을 당시 '자살하라'는 김 의원의 요구를 실행에 옮기지 못하자 김 의원이 '성형수술을 알아보고 신분증 위조도 알아보라'고 했다"며 "팽씨가 김 의원과 통화하면서 '자수하면 안 되냐'고 여러 차례 물었지만 김 의원이 '너 혼자 한 것처럼 알리바이를 만들어놓고 죽어라'고 했다"고 의견서에 썼다.
또 팽씨가 범행 당일 송씨 사무실에서 김 의원이 요구한 '차용증'을 가져오지 못하자 김 의원이 화를 냈으며 "일단 중국에 가서 숨어 있어라. 벌레 한 마리 죽였다고 생각하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황인호 정현수 기자 inhovator@kmib.co.kr
현직 검사 10차례 1780만원 받았다
입력 2014-07-16 03: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