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1시30분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 전경련회관으로 무거운 표정의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는 물론 한국철강협회, 한국자동차산업협회 등 업종별 단체까지 모두 23개 경제계 단체의 임원이 총출동했다.
도열해 있던 이들을 헤치고 전경련 박찬호 전무가 앞으로 나섰다. 박 전무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에 대한 경제계 의견’을 읽어 내려갔다. “전 세계가 본격적인 온실가스 감축에 나서지 않는 지금은 규제를 강화할 때가 아니라 친환경기술 개발에 더 많은 지원을 해야 할 때입니다. 기업 활동에 과도한 부담을 주고 투자를 위축시키면서 실질적인 효과가 없는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에 대한 경제계의 의견을 진지하게 검토해 주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경제계 단체 임원들은 삼삼오오 모여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를 성토했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이 배출 규제 완화로 방향을 틀고 있는데 한국만 강행하겠다는 건 난센스”라고 지적했다.
행사장에 나온 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재정부 등 정부 관계자들은 경제계 대표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열어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5개월 앞으로 다가온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를 놓고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정부와 경제계가 여러 차례 간담회를 가졌지만 평행선만 달리고 있다. 경제계는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이 제도를 전면 재검토해 달라고 정부에 촉구하고 나섰다. 제도가 시행되면 최대 28조원에 이르는 추가 비용이 발생해 기업 경쟁력 추락이 불 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반면 주무 정부부처인 환경부는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는 업체별로 이산화탄소 배출권을 할당해 그 범위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도록 하되, 여분이나 부족분은 다른 업체와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유럽연합(EU) 28개국과 뉴질랜드, 스위스, 카자흐스탄 등 38개국이 시행하고 있다.
경제계는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꼬집는다. 이산화탄소 배출 비중 27.1%로 1위인 중국이나 미국(15.9%), 일본(3.5%)이 실시하는 않는 국가 단위 배출권거래제를 우리가 먼저 도입해 봐야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오염물질을 뿜어내는 공장 옆에 공기청정기를 트는 격’이라고 주장한다.
전경련은 배출권 거래제가 시행되면 2015∼2017년에 최대 27조5000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고 추정했다. 배출할당량을 넘어선 기업은 배출권을 사야 하고, 배출권을 파는 기업이 없을 경우 부족분에 대해 과징금을 물어야 한다. 따라서 기업 경쟁력 하락, 생산·고용 차질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경제계는 “정부는 2009년과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배출전망치를 산정했으나 지난해 전망치는 발표하지 않고 있다”며 “기업 할당량을 결정하는 기초 자료인 국가 온실가스 배출전망치의 산정 기준을 명확하게 제시하라”고 비판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
경제계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집단 저항
입력 2014-07-16 0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