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예비역 장교들, 군사기밀 31건 유출

입력 2014-07-16 03:38
현역 및 예비역 장교들이 브로커와 결탁해 차기호위함(FFX), 소형 무장헬기 등 방위력 개선 사업 관련 2·3급 군사기밀 31건을 무더기 유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방 단위사업의 전체 비밀이 통째로 유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검사 이현철)와 국군 기무사령부는 2008년부터 지난 6월까지 군사기밀 31건을 수집해 무기업체 25곳(해외 10개국 21곳 포함)에 누설한 혐의(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형법상 뇌물공여 등)로 방위산업체 K사 이사 김모(51)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15일 밝혔다. 기밀을 넘긴 예비역 해군대위 염모(41)씨와 예비역 공군중령 정모(59)씨, 현역 공군본부 박모(46) 중령, 방위사업청 조모(45) 소령, 방위산업체 H사 신모(48) 부장도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비행실습용 훈련기 구매계획을 알려주고 250만원 상당의 기타와 유흥주점 접대를 받은 방사청 최모(47) 대령은 군 수사기관에 입건됐다.

김씨는 1999년 해외에 본부를 둔 방위산업체 컨설턴트로 일하며 국내 무기 관련 중개업에 뛰어들었다. 그는 10년간 무기중개업을 해오는 과정에서 커미션으로 54억원가량을 벌어들였다고 한다. 김씨는 장교들에게 금품과 향응을 제공하며 친분관계를 유지한 뒤 군 기밀을 수집해 왔던 것으로 조사됐다. 일종의 ‘미인계’를 펴기 위해 술집에서 만난 미모의 여성을 고용한 뒤 장교들과의 저녁식사 자리나 스키·등산 등 친목모임에 참석시키기도 했다. 방사청 등 군 관련 시설에 드나들거나 해외 출국 때는 신분을 감추기 위해 일반인인 쌍둥이 형의 여권을 이용했다.

장교들은 국방부 합동참모 회의에 올라온 자료 등을 통째로 휴대전화로 촬영해 이를 카카오톡과 이메일로 김씨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전파방해를 무력화하는 ‘항재밍(Anti-jamming)’ 시스템, 유도탄 성능기준 등 방위력 개선사업 핵심 기밀 등이 포함됐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기밀 유출은 초기에 적발돼 실제 계약으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검찰은 기밀을 넘겨받은 국내 업체를 압수수색해 원본을 회수했다. 해외업체에 대해서는 기밀 자진 삭제를 권고하고 이를 따르지 않으면 사업 참여 제한 등의 제재를 취하기로 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