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서청원 최고위원, 두 정치 거물은 노련했다. 사생결단식 충돌 직전에 브레이크를 잡을 줄 알았다. 14일 막을 내린 전당대회 얘기다.
김 대표와 전당대회 2위를 기록한 서 최고위원은 정치 스타일이나 성격 면에서 비슷한 점이 많다. 선이 굵고 성격이 호탕하며 다혈질이다. 전당대회 이전부터 ‘한 성질’하는 두 사람이 정면충돌하면 새누리당이 쪼개질 수 있다는 우려가 당내에서 적지 않았다. 여의도에서는 확인되지 않은 비방성 루머들이 돌기도 했다.
새누리당 전대에 대해 과열 경선이라는 비판이 높았으나 걱정했던 위험수위까지는 도달하지 않았다는 게 일반적 평가다. 혈투를 예상했던 당 주변에선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방화(邦畵)로 그친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왔다.
이는 김무성·서청원 캠프 모두 자제한 결과다. 상대방을 공격할 수 있는 네거티브 꺼리들이 더 있었으나 마지막 방아쇠를 당기지는 않았다. 김 대표 측은 “서청원 캠프가 조작된 여론조사를 일부 언론사에 돌렸다”고 주장했으나 고소·고발은 하지 않았다. 서 최고위원 측도 경선 막판에 “김무성 의원의 대학 재학 기간과 군 복무 기간이 겹친다”는 의혹을 제기했으나 더 이상 물고 늘어지지 않았다.
양측 관계자들은 15일 “더 치고 나갈 수 있었으나 깊은 고민 끝에 세월호 참사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고 7·30 재·보궐 선거가 있어 참았다”고 녹음한 듯 같은 말을 했다.
여기에는 보스 역할이 컸다. 김 대표는 서 최고위원 측이 공세를 강화했을 때 맞대응을 주장하는 캠프 관계자들을 자제시켰다. 서 최고위원도 통 큰 모습을 보여줬다. 그는 전대 행사장에서 “본래 전당대회는 시끄럽게 해야 관심을 끄는 것”이라며 “그동안 갈등이 있었지만 이 자리에서 김무성 후보에게 제가 잘못한 것을 사과하겠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두 사람은 치열하게 싸우면서도 판을 깨지 않는 법을 알고 있었다.
실체가 없는 ‘살생부’ 논란도 뜨거웠다. 특정 의원이 당 대표가 됐을 때 손 볼 명단이라며 상대방 측 의원과 캠프 관계자의 이름이 구체적으로 나돌았다. ‘5적’이니, ‘3적’이니 하는 말로 표현됐다. 하지만 양 캠프 모두 “살생부 같은 것은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속내마저 감출 수는 없었다. 양측 모두 상대방 측의 딱 한 명을 지목하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김 대표 측에서는 “A의원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얘기가 떠돌았다. 서 최고위원 측에서는 “B의원은 해도 해도 너무 한다”는 비판이 새어나왔다.
‘친박(친박근혜)’ 논란도 뺄 수 없는 관전 포인트였다. 김 대표 측은 전대 기간 ‘비박’ ‘비주류’로 표현되는데 크게 반발했다. 김 대표 측 관계자는 “‘원조 친박’인 김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을 도울 때 딴 일을 했던 사람들이 김 대표를 ‘비박’으로 모는 것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면서 “김 대표는 백번 양보해도 ‘친박 내 비주류’ 정도”라고 주장했다.
김 대표 측의 족집게 표 예측은 감탄을 자아냈다. 김 대표의 측근 의원은 전대 당일 오전 “1만5000여표 차 정도로 이길 것”이라며 “7000여명에 달하는 전당대회 대의원들이 김 대표에게 한 표를 안 찍어도 승리할 수 있다”고 장담했다. 투표함을 열어 본 뒤 집계된 실제 표차는 1만4413표로, 김 대표 측의 정확한 예측에 다들 놀라는 표정이었다. 반면 박빙 우세를 기대했던 서 최고위원 측은 표차가 예상보다 크자 매우 낙담하는 분위기였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
[정치 인사이드-새누리 전당대회 뒷이야기] ‘한 성질’하는 거물들, 끝까지 방아쇠는 안 당겼다
입력 2014-07-16 0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