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구성된 신흥경제 5국 브릭스(BRICS)의 제6차 정상회의가 15일(현지시간) 브라질 북동부 포르탈레자시에서 개최됐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구상에 이어 이번에는 브릭스판(版) 세계은행(WB) 출범을 견인해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금융질서에 도전장을 내민 격이다.
개최국 브라질의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을 비롯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시 주석, 제이컵 주마 남아공 대통령 등 5개국 정상이 모두 참석하는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자체 개발은행 설립과 위기 기금 조성, 유엔 개혁, 시리아 이라크 우크라이나 문제, 선진국의 통화정책이 개도국에 미치는 영향 등이 주요 의제로 다뤄질 예정이다.
특히 2016년 출범을 목표로 하는 브릭스 주도의 신개발은행(NDB·New Development Bank) 설립은 본부 위치와 초대 총재 임명 등을 제외하고는 이미 합의가 이뤄진 상태다. 브릭스 5개국은 100억 달러씩 출자해 초기 자본금을 조성하고 2023년까지 자본금을 1000억 달러로 확충할 방침이다. 브릭스는 1000억 달러 규모의 위기 기금도 조성할 계획이다. 이를 두고 '미니 국제통화기금(IMF)'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신개발은행 출범은 반세기 넘게 유지돼 온 미국 주도의 금융패권에 대한 중국의 도전으로 해석된다. 중국은 동아시아의 AIIB 설립과 더불어 주요 신흥경제국과 연대한 대안 금융기구의 역할 확대로 IMF와 세계은행 체제라는 판을 흔들면서 국제사회에서의 지도적 입지 강화까지 동시에 노린다는 복안이다.
시 주석이 정상회의를 앞두고 러시아·인도·남아공 정상들과 잇달아 회담을 갖고 신흥경제국 간의 동질성과 공동 행동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시 주석은 세 국가 정상과의 만남에서 공히 "국제 문제에서 공동 행동과 브릭스 국가 간 협력을 강화해 발언권과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자"고 역설했다.
시 주석은 전날 남미 언론들과의 합동 인터뷰에서도 "중국이 앞으로 더욱 적극적으로 국제 문제에 참여하고 시스템 개선을 위해 노력해 개도국들의 국제 문제에 대한 대표성과 발언권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미와 아프리카 등 개도국과의 긴밀한 협력을 바탕으로 미·일의 대(對)중국 봉쇄 전략을 돌파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아울러 우크라이나 사태 해법을 두고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모습을 보여 온 푸틴 대통령이 이번 정상회의를 통해 건재함을 과시하려 한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러시아는 주요 의제 중 하나인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한 메시지를 이번 회의 폐막 성명에 포함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에 대한 유엔의 일방적 제재를 반대하고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는 메시지와 함께 브릭스 정상들과 나란히 선 모습을 과시해 고립된 이미지를 탈피하겠다는 것이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시진핑·푸틴 ‘브릭스 정상회의 노림수’
입력 2014-07-16 04: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