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간부·병사들로부터 무시 임병장 “동료 죽이고 자살 결심”

지난달 21일 강원도 고성 육군 22사단 최전방 일반소초(GOP)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은 임모(21) 병장이 계획적으로 벌인 단독범행이라고 육군이 15일 발표했다. 임 병장은 당시 10여발을 동료 부대원들에게 단발로 쐈으며 일부에게는 조준 사격도 했다.

또 임 병장은 알려진 것과 달리 여섯 차례나 수색 병력과 조우했지만 빠져나갔으며 사격은 하지 않았다. 당초 군 발표와 달리 검거 과정에서 교전은 없었던 셈이다.

선종출 육군본부 헌병실장(준장)은 “임 병장은 일부 간부와 동료 병사로부터 무시를 받아왔으며 사고 당일 순찰일지에 자신을 희화한 그림을 발견하고 당일 오후 4시쯤 범행을 결심했다”며 “동료를 모두 죽이고 자신도 죽을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선 실장은 임 병장이 수류탄 투척 장소를 자신이 대피하기 쉬운 장소로 선택하고, 수류탄으로 먼저 소대원을 제압한 뒤 신속히 막사로 이동했으며, 10여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도주한 점 등을 들어 계획된 단독범행으로 간주했다고 설명했다. 현장에서 사망한 최모 일병은 도주하던 임 병장을 발견하고 “임 병장이 여기 있습니다”라고 상관에게 외치다 총격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거 과정에서 군 작전의 허점도 드러났다. 임 병장이 사격하지 않았음에도 세 차례 오인사격을 했으며 특히 사고 발생 하루 뒤인 22일에는 두 차례 임 병장을 체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놓쳤다. 국방부 전비태세검열단은 “소부대 지휘관과 병사들의 전투행동 미흡으로 현장에서 체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임 병장이 자살기도 직전 작성한 메모도 공개했다. 임 병장은 ‘살인을 저지른 것 크나큰 일이지만 그들에게도 잘못이 있다’며 지금까지 자신을 괴롭혀온 모든 사람들을 원망했다.

군은 책임을 물어 22사단장과 대대장, 중대장을 보직해임키로 했다. 부소초장은 임 병장의 고소로 불구속 수사를 받고 있으며, 임 병장에게 모욕 행위를 한 GOP 소대원 6명도 징계조치될 예정이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