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카페] 15㎏ 사과 상자 사라진다

입력 2014-07-16 02:53

회사원 김경식(45)씨는 모처럼 가족을 위해 15㎏들이 사과 한 상자를 샀다가 낭패를 봤다. 분명히 굵은 씨알을 확인하고 샀건만 아래로 갈수록 형편없이 작은 사과가 쏟아진 것이다. 돈은 돈대로 주고 아내로부터 핀잔만 들어 김씨는 매우 기분이 상했다.

내년부터는 15㎏짜리 사과 상자가 사라질 전망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소비행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도매시장의 사과 출하규격을 줄이는 작업을 진행한다고 15일 밝혔다.

지금까지는 15㎏ 상자 단위로 사용해 왔으나 앞으로 5㎏, 10㎏으로 규격을 줄이고 중장기적으로 더 줄여가겠다는 것이다. 농식품부는 “기존 규격은 1인 가구 증가에 따라 낱개 판매가 늘어나는 상황에 맞지 않는다”며 “재포장 비용이 추가로 들고 운반이나 저장이 불편하다”고 설명했다.

농식품부는 또 15㎏ 위주로 큰 상자를 만들어 사용한 탓에 상자 위에는 씨알이 굵은 상품을, 아래쪽에는 중·하품을 섞어 넣는 ‘속박이’ 관행이 발생해 소비자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농식품부는 대형마트들이 이미 소포장 중심으로 판매하고 있을 뿐 아니라 감귤 포도 등은 소포장 경매를 통해 농가가 받는 값이 1.5∼2배 올랐다고 소개했다.

농식품부는 햇사과가 출하되는 다음 달 1일부터 시범사업을 실시한 뒤 내년 8월 1일부터 본격 시행할 계획이다. 시범기간인 내년 상반기까지는 도매시장에서 15㎏ 상자를 함께 사용하고 추후 사과 표준규격에서 15㎏을 제외할 계획이다. 배는 내년에 시범적으로 포장 소규모화를 시작하고 2016년부터 본격적인 포장 줄이기 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