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사교육株의 비명

입력 2014-07-16 03:01

“지난해 고등학생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2만3000원으로 2012년에 비해 0.4% 감소했습니다. …1990년대 후반부터의 출산율 하락, 대학입시제도의 변화가 성장성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코스닥 상장사 트레이스, 지난달 투자설명서)

한국 특유의 높은 교육열에 “경기가 나빠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믿음을 주던 사교육 업체들이 최근 주식시장에서 크게 흔들리고 있다. 저출산으로 학령인구(學齡人口)가 감소한 데다 대입 정책은 공교육 강화로 확실한 방향을 잡았기 때문이다. 지난달 지방선거에서 진보 성향 교육감들이 대거 당선되며 자율형 사립고 체계가 재검토되는 점도 교육주 전망을 어둡게 한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교육 대장주’ 메가스터디는 연초 이후 주가가 25.3% 하락했다. 2004년 상장 당시 2만원대였던 주가는 2008년 40만원대로 솟구쳤지만, 이날 5만8200원으로 마감한 상태다. 강남 학원가의 ‘손사탐’으로 사교육 신화를 일궈낸 손주은 대표이사가 지난달 전략적 투자자를 찾기 위해 보유주식 매각을 검토할 정도였다. 토러스투자증권 김지효 연구원은 최근 “스타강사 영입 의지가 불확실하고, 경영 안정화부터 필요해 보인다”며 메가스터디의 목표주가를 기존 11만원에서 6만9000원으로 크게 낮췄다.

교과서·학습교재를 제작하는 비상교육은 연초 이후 33.3% 하락했다. 지난 1분기에는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흑자 전환했다고 발표했지만, 대신증권 박신애 연구원은 “교과서 가격 인하가 관보에 늦게 게재된 데서 온 착시현상”이라고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연초 이후 어학교육업체 청담러닝은 19.3%, 한때 교육주의 선두였던 대교는 10.1% 하락했다.

금융투자업계는 지난 정부부터 사교육 억제책이 유지되는 점을 교육주 약세의 제1원인으로 분석한다. 대입 수능시험 문제는 EBS 교재·강의와 70%가량 연계되고 있고, 지난 3월에는 선행학습금지법이 통과됐다. 2009년에는 자사고 중심 입시 재편 움직임에 반등했던 교육주지만, 이제는 전면 재검토 움직임이 확실시되며 그나마 기댈 곳이 사라진 상태다.

금융투자업계는 사교육 시장 불황이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업계의 게으름보다는 영업환경의 악화가 더욱 큰 몰락 원인으로 분석된다. 한국투자증권 나은채 연구원은 “영·유아 교육시장에서는 학습지 수요가 떨어지고, 전집시장은 공급 과잉에 시달리고 있다”며 “과감한 투자가 비용 발생으로 돌아온 경우가 많아 어떻게든 노력한 업체일수록 고전한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