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월드컵이 드디어 막을 내렸다. 한국을 비롯해 이번 대회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낸 국가들은 감독 경질 등 그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우승 후보로 꼽혔으나 4위에 머문 브라질 역시 대회 폐막과 동시에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 감독의 사임을 발표했다. 브라질이 4강전에서 독일에 1대 7로 참패한데 이어 3·4위전에서도 네덜란드에 0대 3으로 무기력하게 진 만큼 충분히 예상된 것이었다. 오히려 브라질에서 월드컵 후폭풍은 이제부터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 같다.
사실 브라질에선 지난해부터 월드컵 반대 여론이 높았다. 브라질 정부가 경기장 등 기반시설 마련을 위해 월드컵 사상 최대 규모인 110억 달러(12조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했기 때문이다. 월드컵의 사전행사 격으로 2013년 열린 컨페더레이션스컵까지 포함하면 150억 달러(16조5000억원)나 된다.
브라질 정부는 월드컵 예산이 예상치를 훨씬 웃돌자 복지와 교육 등 공공서비스에 써야 할 예산까지 이용했다. 게다가 지난해 예산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저소득층에 대한 복지 혜택을 줄이는 것은 물론 교통비 인상까지 단행했다. 그러자 축구 사랑이라면 세계 최고인 브라질 국민도 폭발하고 말았다. 교통비 인상이 계기가 되어 브라질 전역에서 월드컵 반대 시위가 본격적으로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다만 지난해 6월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브라질이 2010 남아공월드컵 챔피언인 스페인을 꺾고 우승하자 국민의 야유는 환호로 돌변했고 월드컵 반대 시위대의 기세도 한풀 꺾였다.
브라질 정부는 이번 월드컵에서도 자국 대표팀이 우승하면 반대 여론이 다시 잦아들 것으로 기대했다. 실제로 월드컵이 시작되고 대표팀이 4강까지 승승장구하자 브라질 국민들은 시위보다 TV로 경기 보는 것을 택했다. 그러나 대표팀이 4강전에서 독일에 무참히 패하자 국민들은 꿈에서 깨어났다.
노동계는 결승 진출이 좌절된 직후 곧바로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파업과 시위를 재개하는 문제를 협의했다. 실제로 결승전 당일부터 브라질 전역에서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이미 해외 언론은 오는 10월 브라질 대선에서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런데 브라질의 문제는 월드컵이 끝난 뒤 수습할 새도 없이 2년 뒤 2016 리우데자네이루 하계올림픽을 치러야 한다는 것이다. 브라질 정부는 2개의 메가 스포츠대회를 잇따라 유치하면서 인프라 구축의 효율성을 높이고 국가 이미지 제고 및 외자 유치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냉정한 해외 투자자들은 월드컵으로 인한 고용비용 증가와 인플레이션 상승 등으로 경제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앞서 2004 아테네올림픽이 그리스 경제위기의 단초를 제공하는 등 국제 스포츠대회 개최국이 엄청난 부채를 떠안게 되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미 국제 스포츠대회 개최가 경제적 효과 면에서 득이 되기는커녕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게 드러나고 있다. 그리고 이와 관련해 2019 아시안게임을 유치했던 베트남은 지난 4월 준비 부족과 재정 악화를 이유로 개최권을 반납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오는 9월 열리는 인천아시안게임을 비롯해 2018 평창동계올림픽 등 굵직굵직한 스포츠대회가 예정돼 있다. 이미 인천은 아시안게임 인프라 구축 때문에 빚더미에 올라 있는 상태이며 대회 이후 그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브라질의 모습이 남의 일 같지 않아 보이는 이유다.
장지영 체육부 차장 jyjang@kmib.co.kr
[세상에 말걸기-장지영] 브라질월드컵 후유증
입력 2014-07-16 0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