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가 15일 발족했다. 다음 달 초 첫 회의를 열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고 한다. 통일준비위는 현 정부 대북정책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입각해 큰 그림이 그려지고, 드레스덴 선언을 통해 보다 구체화된 ‘통일대박론’을 뒷받침하는 기구다. 위원회 위상은 참여 인사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민간·정부 부위원장 각 1명, 전직 총리와 외무부 장관을 비롯한 외교안보, 경제, 사회문화, 정치·법제도 전문가 50명이 참여했다.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통일준비위는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 통일한국의 미래상을 제시하고 통일 추진의 구체적 방향성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민관협업을 통해 통일의 기본 방향을 제시하고 분야별로 통일준비 과제를 발굴, 연구한다는 것이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위의장을 당연직 위원으로 포함시켜 현 정부 대북정책에 비판적인 야당을 포함하는 모양새도 일단 갖췄다.
하지만 통일준비위가 위상에 걸맞은 역할을 수행할지는 물음표다. 우선 위원회 구성이 지나치게 명망가 중심이다. 따라서 통일 논의가 구체성을 결여한 거대담론으로 흐를 가능성이 농후하다. 통일부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가 있음에도 굳이 통일준비위를 만든 본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남북이 통일을 향해 서로 다가서도록 하는 실질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안을 제시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또 하나 통일부, 민주평통자문회의와의 관계정립도 문제다. 통일 논의의 시너지 효과를 내려면 세 기구(기관)의 역할 분담과 책임소재가 확실하게 이뤄져야 한다. 만에 하나라도 통일준비위가 통일부 고유 영역을 침범하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 사전에 이를 막을 장치를 마련해 놓지 않으면 옥상옥 논란은 불가피하다.
남북의 교착상태가 길게 이어지고 있다. 북한이 오는 9월 인천아시안게임에 선수단 및 응원단 파견 의사를 밝혔지만 일회성 스포츠 행사로 남북관계의 근본적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현 정부 출범 이후에도 남북관계는 여전히 2010년의 5·24 대북제재 틀에 갇혀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3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남북 주민의 인도적 문제 우선 해결, 남북 공동 번영을 위한 민생 인프라 구축, 남북 주민 간 동질성 회복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드레스덴 선언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역시 대북 지원과 남북 교류를 전면 중단한 5·24조치와 상충되는 부분이 적잖다. 드레스덴 선언은 5·24조치 완화가 전제되지 않는 한 실현되기 어려운 태생적 한계를 갖고 있다. 게다가 북한도 최고 권력기구인 국방위원회 대변인 담화를 통해 ‘흡수통일을 노린 황당무계한 궤변’이라며 일축해버렸다.
통일준비위는 이런 모순을 해결하고 남북이 상생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는 데 무게중심을 둬야 한다. 허울뿐인 통일 미래상에 매달릴 경우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 이명박정부 때의 ‘통일항아리’ 운명을 피하기 어렵다.
[사설] 통일준비委 옥상옥 경계하고 역할 분명히 해야
입력 2014-07-16 0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