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굉장히 위험한 길을 가고 있습니다. 헌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며 동북아의 평화를 깨려고 합니다. 일본은 이웃인 한국 중국과 힘을 모으는 게 자국에 유리하다는 것을 모르는 국가입니다.”
14일 서울 영등포구 의사당대로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만난 도이 류이치(75) 목사는 일본의 우경화현상에 대해 이같이 진단했다. 도이 목사는 한·일관계 개선에 힘써온 공로를 인정받아 이날 세계성령봉사상(국제 부문)을 수상했다. 일본에서 중의원을 지낸 도이 목사는 일본의 ‘양심’으로 통하는 인물 중 한 명이다.
그는 일본이 최근 집단자위권 행사가 허용되는 새로운 헌법해석을 채택한 것에 깊은 우려를 표시했다. 집단자위권은 동맹국에 대한 공격을 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반격할 수 있는 권리다. ‘국제분쟁의 해결수단으로서의 무력사용을 포기’한다는 자국 헌법 조항을 무력화해버린 셈이다.
도이 목사는 “일본 정부는 명백히 헌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 헌법재판소가 있어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문제를 제기할 수 있지만 일본에는 헌법재판소가 없다”며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현재로서는 없다는 게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한발 더 나아가 개헌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도이 목사는 “아베 총리가 개헌을 염두에 뒀다면 이렇게 강수를 두진 않았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도이 목사는 1939년 조선총독부 고위 관리의 아들로 태어나 서울에서 유년기를 보냈다. 정계에 입문한 건 1990년 일본 민주당 소속으로 중의원 선거에 출마하면서부터다. 그는 내리 7선을 했고, 한일기독의원연맹 일본 측 대표회장을 맡아 일본 정계에 기독교 정신을 알리고 한·일우호관계를 구축하는 데 앞장섰다.
하지만 그는 2012년 11월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일본의 과거사 반성을 촉구하고 자국의 독도 영유권 주장을 비판하다 일본 국민의 반감을 샀기 때문이다. 도이 목사 표현을 그대로 빌리자면 그는 ‘어떤 선거에 나가도 당선될 수 없는 정치인’이 돼버렸다.
“정치인이라면 소신을 지키기 위해 목숨까지도 걸 줄 알아야 합니다. 제가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이 틀렸다고 말한 것은 저의 소신에 따른 일이었습니다. 이제 더 이상 정치를 할 순 없지만 이전보다 더 자유로워진 기분입니다.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많은 일을 해보고 싶습니다.”
시상식에서 도이 목사는 진심이 묻어나는 수상소감으로 큰 박수를 받았다. 그는 “나는 한국을 위해 봉사한 게 없다”며 “다만 나의 사랑을, 내 마음을 여러분들에게 나눠주려고 했을 뿐이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나의 사랑을 여러분들에게 전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세계성령봉사상 받은 日 도이 류이치 목사 “日, 평화헌법 무력화 위험한 길 가고 있다”
입력 2014-07-16 02: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