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들이 직접 뽑는 상이니 누구나 꿈꾸는 ‘아동문학상’이겠구나 하고 지원했어요. 아이들에게 그냥 재미있는, 휴식 같은 책이 됐으면 좋겠어요.”
어린이 심사위원 100명이 직접 최종 당선작을 선정한 제2회 스토리킹 수상작 ‘건방이의 건방진 수련기’의 작가 천효정(32)씨의 소감이다. 15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를 만났다.
작가는 충남 공주의 한 초등학교 교사. 그는 “8년간 학교에서 매일 10분씩 아이들에게 옛이야기를 읽어줬다. 독서가 감상문을 쓰기 위한 숙제가 되어 버린 지 오래인데 아이들이 아무 부담 없이 이야기에 푹 빠지는 모습이 좋았다. 자연스레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이야기를 써보자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책은 국내 최초의 본격 무협동화를 표방한다. 고아인 건방이가 권법고수 오방도사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건방이는 건방지고 허세가 있는 아이. 오방도사와 티격태격하지만 둘은 스승과 제자를 넘어 친할아버지와 손자처럼 아끼는 사이가 된다.
왜 무협일까. 그는 “개인적으로 무협을 아주 좋아하는 검도 2단”이라며 “책에 등장하는 무술은 학생들을 관찰하며 포착한 것이다. 사실 아이들은 이틀에 한 번은 주먹다짐을 한다. 그럴 때마다 아이들은 갈망한다. 잘 싸우고 싶다, 내 주먹이 셌으면 좋겠다고. 아이들에게 무협이 생소하긴 하지만 일상은 무협과 많이 닿아있다”며 웃었다.
어린이 심사위원제도는 민음사의 아동문학브랜드 비룡소가 국내 최초로 도입한 제도. 전국 초등학교 4∼6학년을 대상으로 지원받아 2대 1의 경쟁을 뚫은 어린이 100명이 심사위원에 선정됐다.
총 응모작 65편 중 전문가로 구성된 어른 심사위원이 최종 2편을 선정한 후 이를 어린이 심사위원에게 보냈다. 아이들은 지난 2월 한 달 동안 집에서 꼼꼼히 두 권을 읽고, 한 권을 골라 심사평과 함께 제출했다.
“무술, 우정, 사랑, 그리고 가족애에 이르기까지 종합선물세트 같은 책” “이 책은 당신에게 세계일주보다 더한 재미를 줄 거다” 등 아이들의 심사평은 날카로웠다.
천씨는 “심사평을 읽다가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했다”며 “제목에 ‘건방진 건방이’가 들어가는데 읽어보니 주인공이 그렇게까지 건방지지 않다는 지적이었다. 바로 이를 받아들여 주인공을 아주 건방지게 만들었다”고 들려줬다.
작가는 육아휴직 중이다. “20개월 된 아기를 재워놓고 한 달 동안 밤에 틈틈이 썼다”는 그는 “책 읽는 아이를 만들려면 아이가 원하는 책을 직접 고르게 하고, 독후활동을 강요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
童心은 국내 첫 ‘무협동화’에 푹 빠졌다
입력 2014-07-16 02: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