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세계축구-(1) 새로운 트렌드] 압박→조직 수비→티키타카… 이번에는 역습이었다

입력 2014-07-16 02:13
‘전차군단’ 독일의 우승으로 2014 브라질월드컵이 막을 내렸다. 축구팬들은 “승리한 뒤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호셉 과르디올라(43·바이에른 뮌헨) 감독의 통찰력에 새삼 놀랐다. 새로운 트렌드를 창조한 팀들은 선전했고, 변화 대신 안정을 택한 팀들은 몰락했다.

축구에도 트렌드가 있다. 2002 한일월드컵에선 ‘압박’이, 2006 독일월드컵에선 ‘조직 수비’가 강조됐다. 2010 남아공월드컵에선 ‘티키타카’(탁구공이 오가듯 짧은 패스를 통한 점유율 축구)가 위용을 떨쳤다. 브라질월드컵에서 나타난 트렌드는 ‘역습’이었다.

브라질월드컵에서 볼 점유율은 승패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오히려 점유율 축구는 탄탄한 수비를 바탕으로 한 역습 축구에 무너졌다. 역습에 능했던 네덜란드와 코스타리카가 각각 3위와 8강이라는 좋은 성적을 거둔 건 우연이 아니었다. 독일의 경우 볼 점유율과 강력한 역습 능력을 모두 갖췄기에 남미 강호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를 잇따라 제압했다.

2회 연속 월드컵 우승에 도전했던 무적함대 스페인은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수모를 당했다. 성공을 거듭하면서 생긴 ‘성공 관성’ 때문이었다. 최근 몇 년 동안 스페인은 FC 바르셀로나의 경기 스타일인 티키타카를 대표팀에 적용했다. 유로 2008과 2010 남아공월드컵, 유로 2012를 잇따라 제패했다. 그러나 변화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티키타카=승리’라는 공식에 집착하다 톡톡히 망신을 당했다.

‘퓨전 사커’도 눈여겨봐야 할 트렌드다. 화려한 공격 축구를 선호했던 아르헨티나는 수비 위주의 실리 축구를 구사했다. 아르헨티나는 자기 진영에 5∼6명의 선수를 배치한 뒤 리오넬 메시가 한 방 터뜨려 주길 기다렸다. ‘토털 사커’로 명성이 높은 네덜란드는 변화무쌍한 축구를 선보였다. 경기 도중 수시로 포메이션을 바꾸면서 전술적인 다양성을 꾀했다. 이처럼 자신의 강점을 살리면서도 약점을 보완하는 퓨전 사커는 앞으로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IT 기술도 승패에 영향을 미쳤다. 독일은 IT 기업인 SAP와 손잡고 ‘데이터 축구’를 선보였다. 독일과 SAP가 공동 개발한 ‘매치 인사이트(Match Insights)’는 훈련 중인 선수들의 무릎과 어깨에 부착된 4개의 센서를 통해 운동량부터 순간속도, 심박수, 슈팅 동작, 방향 등에 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분석한다. 독일은 매치 인사이트를 활용해 단기간에 팀워크를 다질 수 있었다.

브라질월드컵에선 화려한 개인기를 앞세운 축구는 맥을 추지 못했다. 대신 조직력과 스피드를 바탕으로 한 팀들이 승승장구했다. 독일과 네덜란드는 수비 진영에서 공간을 주지 않는 탄탄한 조직력과 빠르게 상대를 압박하는 스피드로 각각 18골, 15골을 뽑아냈다. 반면 네이마르의 개인기에 의존했던 브라질은 네이마르가 부상으로 그라운드를 떠나자 참패를 거듭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