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의 소리-신국원] 인적 쇄신과 인간 혁신

입력 2014-07-16 03:58

정부가 공언한 인적 쇄신이 벌써 두 달째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국가혁신은 고사하고 속 시원한 내각 개편을 기대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도중에 낙마했거나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이는 물론이고 다른 이들도 문제가 없는 경우는 드물었습니다. 혹독한 검증 탓이라면 오히려 다행입니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정말 이렇게 반듯한 인재가 없는지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땅이지만 인적자원만큼은 풍부해서 나라가 이만큼 발전할 수 있었다는 것은 옛말인 것 같습니다. 과거보다 학력과 경험을 갖춘 이들이 차고 넘치는 것이 분명한데 매번 이런 일이 반복되는 것은 정말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확실한 것 한 가지는 요즘 인재들이 강태공처럼 세월만 낚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능력 있는 이들일수록 전문분야에만 뛰어난 것이 아닙니다. 병역을 적당히 때워 사회진출을 앞당기고 부동산 투기같이 떳떳하지 못한 일에 부지런을 떠는 일도 부끄러움을 못 느끼는 사회가 되고만 듯합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선 사람을 아무리 바꾸어본들 기대할 것이 별로 없습니다. 인적 쇄신을 물갈이라 부르는 것도 적절하지 않습니다. 본래 물갈이란 어항이나 수조에 가끔씩 물을 갈아 주는 것인데 요즘 물갈이란 물 대신 고기를 가는 것이 되고 말았습니다. 썩은 물에 고기만 갈아대면 뭘 하겠습니까. 동화되거나 도태될 것이 뻔합니다.

어떻게 해서든 사회 분위기를 바꿔야 혹시라도 남아 있는 정직하고 바른 일꾼들이 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정권이 바뀐다고 물갈이가 절로 이뤄지는 건 아닙니다. 민주화 이후 몇 차례 정권교체가 있었지만 오히려 사회 풍토가 악화되는 형편이 그 점을 증명합니다. 우리 사회가 바로 서기 위해서는 인적 쇄신이나 사회개혁보다 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합니다. 사람이 변하지 않으면 아무리 제도를 바꾸어 봐야 헛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놈이 그놈’이고, ‘구관이 명관’이라는 속담만 굳어질 뿐입니다.

인적 쇄신과 사회개혁도 어렵지만 사람을 바꾸는 일은 아예 불가능한 건지도 모릅니다. 역사상 최대의 물갈이였던 노아의 홍수도 인간의 본성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지 못했으니까요. 유일한 소망은 복음을 통한 거듭남에 있습니다. 복음은 사람을 근본적으로 바꿉니다. 나아가 성경은 개인의 변화뿐 아니라 사회와 문화도 새롭게 할 것을 약속합니다. “그 정사와 평강의 더함이 무궁하며…지금 이후로 영원히 정의와 공의로 그것을 보존하실 것이라 만군의 여호와의 열심이 이를 이루시리라.”(사9:7) 교회는 역사 속에서 이 약속이 지속적으로 이뤄져 왔음을 세상에 보여줘야 할 사명을 가진 공동체입니다.

요즘 교회가 이 일을 제대로 못해 세상의 비판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정말 심각한 일입니다. 그럼에도 교회만이 사회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유일한 소망입니다. 이 일을 하기 위해서는 교회가 먼저 달라져야 할 것입니다. 종교개혁의 금언처럼 개혁한 교회는 항상 개혁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영적 쇄신이 필요합니다. 교회는 머리이신 그리스도께서 ‘만물을 새롭게 하노라(계 21:5)’고 선언하는 그날까지 스스로 쇄신하기를 중단하지 않아야 합니다.

신국원 교수 (총신대 신학과 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