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이만우] 통일준비는 재원조달부터

입력 2014-07-16 02:20

북한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인천아시안게임에 선수단은 물론 응원단까지 보낸다면서도 군사분계선 인근에서 탄도미사일과 방사포 발사를 계속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관심 끌기를 위한 불량국가 포스와 여성 응원단을 동원한 화해 제스처를 함께 띄우는 강온 양면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김정은은 고모부 장성택을 무자비하게 처형함으로써 철권통치를 구축했다. 스위스에서의 초등교육 경험 때문에 개방 성향이 높을 것이라는 기대는 무산됐다. 중국과의 갈등과 서방국가의 제재 동참으로 인해 북한경제는 더욱 궁핍해지고 있다. 인터넷과 휴대전화가 급속히 확산되는 상황이어서 내부 동요를 막기는 더욱 어려울 것이다. 통일이 갑자기 다가올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대박’은 다보스 포럼 최대 화두였다. 통일대박을 위해 철저히 계획하고 착실히 준비해야 한다. 통일비용을 정밀히 산출하고 실행 가능한 조달 방안을 찾아야 한다. 조세제도 불모지인 북한에 새로 정착시킬 조세체계도 미리 검토해야 한다. 통일 재원을 위해 일부 과세 대상은 유보해두는 전략도 필요하다. 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의 부가가치세 세율을 현행대로 유지하다가 통일 이후 적절히 인상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다.

통일과 관련된 세부 논의는 대외적으로 발표하는 공개적 입장과 실행 가능성 중심의 내부 전략으로 이원화할 필요가 있다. 명분 논쟁에는 보다 유연하게 대처하면서 현실적 장애는 지혜롭게 풀어야 한다. 새로 출범하는 대통령 소속 ‘통일준비위원회’도 본 위원회 산하에 현실적 대안을 검토하는 태스크포스를 설치해야 한다. 재원조달 방안의 구체화를 위해서는 통일 시기와 소요비용 규모 및 투입 시점 등 전제조건을 확정해야 한다. 그러나 이를 정확히 알 수 없는 현실적 제약이 문제다.

통일 문제에 대해서는 탈북자들이 가장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북한에 남겨둔 가족과 친인척 때문에 항상 걱정하면서 북한 사태에 신경을 집중한다. 이들을 태스크포스에 참여시키면 상황 분석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능력을 갖춘 탈북자에게는 전문지식을 습득할 교육 기회도 제공해야 한다.

태국주재 북한대사관 참사의 목숨을 건 탈출기가 ‘만사일생’이라는 제목으로 최근 출판됐다. 홍순경 무역참사 부부는 1999년 막내아들과 함께 북한대사관을 탈출했다. 이끌어주던 상사가 숙청되면서 홍 참사도 북한으로 소환됐는데, 돌아가면 숙청을 피할 수 없고 인질로 북한에 남은 큰아들은 물론이고 막내의 앞날도 비참해질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 이들 부부는 막내 하나라도 건지기 위한 결단을 내린 것이다. 도중에 북한대사관 요원에게 붙잡혔고 족쇄를 차고 라오스 방향으로 끌려가다 차량 전복사고가 발생했다. 병원에서 치료받은 뒤 태국 경찰에 인계됐고 유치장과 수용소를 전전하다 태국 및 우리 정부의 도움으로 서울로 올 수 있었다.

만사일생(萬死一生)은 태국 수용소에 머물 당시 황장엽 선생이 편지를 보내 구사일생의 천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할 기적적 생환이라며 위로했던 어구(語句)다. 홍 참사의 막내는 필자가 학과장을 맡았을 때 특별전형으로 고려대 경영대학에 편입했다. 재학 중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했고 미래에셋박현주재단 장학생으로 하버드 대학 MBA를 우수한 성적으로 마쳤다.

세계 각국의 초우량 기업으로부터 오퍼를 받았으나 홍콩의 국제금융회사에 취직했고 올해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홍군은 국제금융 전문성을 키워 통일이 되면 양질의 국제자금을 북한 부흥 재원으로 중개할 꿈을 꾸고 있다. 탈북 청소년들 모두 희망을 가지고 통일될 고향을 위해 일할 역량을 키워야 한다. 탈북 청소년이 바르게 성장할 여건 조성에 지혜를 모아야 한다.

이만우 고려대 경영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