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과 아르헨티나의 브라질월드컵 결승 경기가 열리기 몇 시간 전인 13일 자정 무렵 중국 베이징의 한 호텔 앞마당에 마련된 카페에는 손님들로 인산인해였다. 곳곳에 마련된 대형 스크린과 TV 앞에서 결승 경기 예고 방송을 하고 있는 중국 관영 CCTV 스포츠 채널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종업원은 “월드컵 시작부터 임시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본선에도 진출하지 못했지만 중국 대륙을 휩쓴 월드컵 열기는 어느 나라 못지않았다. 16강 탈락으로 열기가 식어버린 한국과 사뭇 다르다. 월드컵이 마감된 14일 아침 바이두를 비롯한 포털 사이트 머리기사는 독일의 우승 소식이었다.
중국인의 월드컵 열기는 비뚤어진 모습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공안 당국은 웨이보를 통해 이번 월드컵 기간에만 음주운전 적발 건수가 3만건에 달했다고 전했다. 이 중 만취운전은 6700여건이었고 형사구류 처분을 받은 사람은 3000여명이었다.
축구도박 때문에 몸살도 앓았다. 베이징 공안은 월드컵 기간 축구도박 혐의로 모두 47명을 체포했고, 몰수한 돈만 6000만 위안(약 98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축구도박은 현금을 주고 복권을 사는 형식에서부터 전화와 인터넷을 이용하는 방식 등 다양하다.
국가 간 승패를 맞히는 것은 기본이고 우루과이의 루이스 수아레스 선수가 또 상대팀 선수를 물어뜯을지, 독일 감독 요아힘 뢰브가 코를 후비는 게 전반전인지 후반전인지 내기를 걸기도 한다고 신경보는 전했다. 중국에서 도박은 불법이다. 다만 공익을 목적으로 하는 복권에 한해 허가하고 있다. 베이징대 공익복권사업연구소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중국의 불법도박 규모는 연 6000억 위안(약 98조원)으로 합법적인 복권 발행액의 15배에 이른다.
중국 기업들도 월드컵 열기를 이용해 특수를 누렸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와 텅쉰은 합법 복권업체들과 제휴를 맺고 스마트폰 이용자들이 손쉽게 축구도박을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대표팀 본선 진출 못했지만… 중국 대륙 월드컵 열기
입력 2014-07-15 03:40